<초대시> 



부추꽃 / 이상목 

                            



  울 엄니 눈물 같은 작고 하얀 꽃이 되어 

  고향집 뜰 주변은 언제나 무성하다 

  다복한 형제들 같이 돌아서면 또 그윽한. 



  보리밭 베러가서 늦어지는 아버지를 

  고픈 배 주려잡고 올망졸망 기다리던 

  푸른 빛 자식들 위해 준비하는 부추수제비. 



  바늘 줄기 포기 같은 아이들은 자라나서 

  초여름 소나기에 뜨락은 그윽한데 

  버석한 마른 꽃 되어 작아지는 어머니. 



  장독옆의 부추들은 지금도 푸르르고 

  자식들은 장성하여 제 몫을 다하건만 

  어머님 병석에 누워 빈 가슴만 남으셨네. 





이 달의 초대시로 이상목의 <부추꽃>을 추천한다. 이 작품의 우수성은 <부추꽃>

이라는 소재를 통해 두 가지의 상장적 의미를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는 점이다. 

우선 부추꽃은 지난날 헐벗고 굶주렸던 우리네 삶의 애환을 표현함으로써 당시 

사회의 한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의미에서는 비록 가난했던 생활의 연속이지만 언제나 극진하신 부모님의 

희생과 형제 간의 두터운 우애를 통해 다복했던 가족사의 기록으로 기억되고 있는 

것이다.  

수제비로 끼니를 이어가면서도 지난 시절의 그 혹독한 가난의 아픔을 아픔으로 끝

나지 않고, 오히려 가난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실종된 인간성 회복이라는 차원에서 

우리를 즐겁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雨) / 신선미 

 

              

  고요를 

  갈라내던 

  절절한 속 울음을 



  누르고 

  솎아내어 

  따갑게 쏟아내네. 



  우르르 

  부어 놓으면 

  출렁이는 

  마음자락. 





 등나무 / 김숙선 



      

  무엇이 

  저렇게도 

  한 맺힌 인연일까 



  엮어서 

  꼬여 가는 

  세월의 피멍울로 



  토해 낸 

  보라빛송이 

  기다림의 초롱꽃. 







뽑은 글




  시조 가락의 묘미를 익히지 못한 사람들은 주어진 시조의 형태에 3 .4조의 말만 

맞게 쓰면 시조가 되는 줄로 알기 때문에 시조가 문학적 성가를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여기 응모작 중의 신선미의<비(雨)>나 김숙선의 <등나무>는 이런 

점을 불식하고 자기 나름대로의 개성과 상념이 깊이있게 나타나 있다. 



신선미의  <비>는 자유시로 형상화 되었다면 소재의 외면세계에 머물고 말 것이며 

이와 같은 내면의식과 표현이 이루어졌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리고 단형시

조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 긴축미와 정제미 그리고 기교미가 선경후정(先景後情)의 

기법과 함께 잘 이루어졌다. 또한 시상전개나 작품의 구조가 감정상의 굴곡, 의미상

의 굴곡, 이미지상의 굴곡으로 총체적 건축의 조형과 같은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

이다. 



김숙선의 <등나무>는 초장에서의 서술(설명)과 의문형의 표현으로 본래의 이미지 전

달이 효과적이지 못하다. 중장에 있어서의 '엮어서 꼬여가는' 같은 운율의 효과를 통한 

'세월의 피멍울' 같은 선명한 묘사를 통해 시적 성숙도가 한층 돋보인다. 종장에 있어서 

주제를 도출하기 위한 시상이 철학적 깊이 같은 의미로 형상화되어 있어 기다림의 초롱꽃 

같은 건강한 시정신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김준-시조시인. 서울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