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채영



합죽선 쫙 펼쳐든

초록잎새 나뭇가지



놀란 산꿩마냥

일어난 산바람이



바위틈

이끼 적시며

물소리를 풀어낸다.





산수유/신종범



활딱 벗은 나무가 풋살 올라 탱탱해지면

물렁한 봄바람에 낮달고 싹이 터서

허공을 구르는 소리에 산수유가 눈을 뜬다.





<뽑는 글>

   채영의<초여름>은 우선 시상의 전개에 있어서 매우 간결하고 정연한 구성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그리고 표현상에 있어서는 효과적인 비유와 기

교의 숙련으로 초여름에 대한 이미지가 실감있게 묘사되어 있다.

   또한  이 작품은 단형시조의 유연한 가락을 통해 상(想)의 굴절이나 평이한 시어

선택을 구사하고 있어, 정셩시로서의 미숙성과 관념성을 극복하고 있다.

   종장의 '바위틈/이끼 적시며/물소리를 끌어낸다'와 같은 표현은 현대시조가 앞

으로 지녀야 할 표현의 숙련도에 있어서 좋은 예시이기도 하다.

   신종범의 <산수유>는 <노을>이라는 작품과 마찬가지로 시적 상상력이 부족하고

소재에 대한 이해와 상념이 상식선에 머물고 있는 인상을 갖게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시어 선택이나 표현 기법에 있어서 부적절한 부분이다.

'활딱 벗은 나무가' , '풋살올라 탱탱해지면' , '물렁한 봄바람에' , '낮달도 싹이 터서'

와 같은 표현이나 시어는 많은 퇴고가 요망된다.

   이러함에도 응모된 많은 작품 가운데서 그래도 시조형식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시

적 역량을 느낄 수 있어 앞으로의 기대가 주목된다는 뜻에서 논의하였음을 말하고

싶다. 종장의 '허공을/구르는 소리에//산수유가/눈을 뜬다.'와 같은 표현은 그의 뛰

어난 역량을 말해 주는 증표이기도 하다. 이에서 멈추지 말고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다면 반드시 성취하리라 믿는다.





   김 준 <시조시인.서울여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