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대 이야기
백운대
오리바위/ 뜀바위

위문에서 백운대로 오르는 길은 가파른 바윗길이어서 기암괴석이 많다.
그 중 제일먼저 보게 되는 것이 오리바위요 정상에 올라서 볼 수 있는 뜀바위고, 두 개의 호수석 같은 해골바위(?)이다.

 

 

해골바위(?)
원효능선
 백운대 정상에 올라 보면  백운대는 그동안 잊고 살던 애국심을 송송 솟아나는 하는 봉이다.    
바람에 휘날리는 태극기가 그렇고, 일망무제로 탁 트인 아름다운 서울의 산하가 그렇게 만들고, 거기 있는 노산 이은상이 세운 '통일 서원'과 정재용님의 '독립선언 암각'이 그러한 마음을 갖게 한다. 

내가 아는 암각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우리 민족을 대표한 33인이 파고다 공원에 모여 기미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거기 모인 국민들과 시가행진을 하려고 하던 1919년 3월 1일 정오였다.
전국에서 모인 애국 시민들이 이를 기다렸으나 33인은 끝내 나타나지 아니하였다.
민족대표 33인은 계획대로 파고다공원에서 독립선언을 하다가는 많은 희생자가 생길 것을 염려해서 태화관에 모여서 민족대표인 33인의 한 분인 만해 한용운이 독립선언서를 읽고 만세 3창을 하고 그 자리에서 일경에 체포되어 옥으로 갔다.
  이를 모르고 파고다 공원에 모여 기다리던 군중 중에 29세의 정재용이란 청년이 있었다.
정 청년은 3.1운동 전날 밤에 서울역에서 100장의 독립선언서를 '원산교회'로 부치고 남은 한 장을 가지고 있다가 기다리던 시민들 앞에 뛰어나가 기미독립선언서를 읽고 시내 행진에 나선 독립투사였다.
  그래서 해방 후 3.1절 기념 행사 때마다 정재용 의사는 독립선언서를 낭송하다가 91세를 일기로 사망한 분이다.
나라에서는 정옹鄭翁의 거룩한 공을 기려 건국포장과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하였다.
  이 바위의 암각 글은 생전에 그가 자랑으로 여겨 새겨 둔 것 같다.  제 자랑 같지만 얼마나 훌륭한 자화자찬(自畵自讚)인가.

*. 바람골로 해서
백운대를 내려와서 좌측으로 돌아 '바람골'로 향한다.
인수봉과 백운대의 안부로 향하여 백운대를 끼고 도는 길이었다. 앞에 바위가 양쪽 기둥이 되어  문처럼 생긴 곳을 넘으려고 하니 '확-'  찬바람이 얼굴을 마구 때린다.
바람골이 시작되는 곳이었다. 바로 앞에는 수직의 벼랑이고 두 개의 굵은 로프가 수직으로 옆으로 길게 늘어져 있다.
  그 절벽 길을 막 내려오는데 누군가 말한다.
왼쪽으로 조금가면 여우굴이요, 호랑이 굴이 나오는 데 호랑이 굴은 등으로 벽을 밀고 발로 게걸음하면서 통과하여야 하는 위험한 바위 코스라고-.
  얼굴과 손이 시리다.
디카는 추위에 약해서 벌써 배터리 하나를 갈아 끼우고 카메라를 옷속 깊숙이 품었다.
  내리막길로 계속 가면서 만나는 등산인들 중에는 차림이 암벽 장비를 갖춘 사람들이 많았다. 숨은벽이나 인수봉 바위를 타려는 용감한 사람들 같았다.
도중에 북한산에서는 가장 높은 곳에 있다는 오봉약수를 만나서 물통에 물을 가득 채웠다.  집까지 소중히 간직하여 가지고 가서 오늘의 아름다운 북한산 단풍 산행을 기억할 것이다.
바람골 도중에 오른쪽 산길로 오른다.
'숨은벽 능선'으로 향하는 길 같았다.
 산꾼은 말이 많은 사람이 적어서, 북한산 도사 H형을 따라 가면서도 그 길은 도중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물어야 했다.  항상 저 만치 앞서가기 때문이었다.
  "이 능선이 숨은벽 능선이라구요? 그런데 왜 숨은벽이라고 한 것이지요?"
  " 북한산 뒤에 숨은 듯이 있어서 숨은벽이지요. 바로 저것입니다."
뒤돌아 보고 그 위용에 저절로 '아아!' 하였다. 
드디어 나는 숨은벽 앞에 난생 처음 선 것이다. 
카메라 셔터를 계속 누루고 있는데 볼멘소리의 H 형의 독촉소리가 또 들려온다.
  "일만 선생, 어서 와요. 더 좋은 촬영 장소가 있으니-."
  "저는요, 산행 과정을 찍는 사람이거든요. 오늘 저녁은 제가 쏘지요."
  미안해서 하는 나의 대답을 매서운 초겨울 바람이 실어가고 있었다.


-숨은벽

-인수봉/숨은벽/백운대
  그런데 눈으로 봐야 할 저 산을 위험하게도 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걸 지켜 보기 조차 두려워서 이 가을 마지막 단풍으로 불타는 북한의 가을산을 보며 하산하기로 하였다.
  하산 길에도 숨은바위 능선은 몇 곳이나 위험한 곳이 더 있었으나 돌아가려고 해도 우회로(右廻路)도 좌회로(左廻路)도 없었다.
위험한 바위를 넘는 직진 길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웃음이 난다. 우회로(迂廻路)를 멀 '우(迂)' 자 아닌 오른쪽 右(우)로 알고 살던 세월에-.

  무릎 관절에 이상이 오기 시작하였다.
아침에 집에서 급히 서둘러 나오다가 등산 할 때마다 나에게는 꼭 필요한 관절 보호대를 놓고 온 것이다.
신세 한탄이 절로 나왔다. 나의 아름다운 젊은 시절은 아아, 벌써 가버렸구나!
아무리 작은 글씨도 초롱초롱 볼 수 있고, 아무리 단단한 음식도 아작아작 씹어 먹을 수 있고, 아무리 피곤해도 한숨 자면 탁탁 털고 일어설 수 있던 그 좋은 젊음을-.
한 해가 그냥 가지 않고 매년 이빨 몇 개를 세금처럼 뺏어 가더라. 그 좋아하던 담배도 끊고, 술도 끊고, 여자도 끊고 참고 살아야 하는 나이는 얼마나 서러운 세월이던가.
60, '70 세 넘고도 산에 오르는 것이나, 병들지 않고 사는 것이 정상(正常)이 아니라는 이 나이에, 배낭을 빼고도 74kg을 몸에 바르고 사는 나이니 관절인들 온전할까.
 
  '밤골지킴터 '조금 못 미쳐서 H형과 가져온 생맥주를 누룽지에 한숨을 안주하여 먹다 보니 고마운 119소방 젊은이들 10여 명이  2열종대로 산을 오르고 있다.
  "사고가 난 모양이지요?"
  "글쎄요, 들것을 가지고 가지 않는 것을 보니 산악구조 연습이 아닐까요?" 
   다음 날 조간 신문을 보니 그날 생맥주를 마시던 그 시간 우리가 다녀온 그 숨은벽에서 사고가 있었다는 뉴스가 나를 슬프게 한다.
아름다움을 탐하다가 추락사고로 평생을 불구자로 살거나 목숨을 버리게 되는 우리 산꾼들 때문이었다. 
  -11월 01일 15시 46분 경 서울 도봉구 북한산 백운대 숨은벽 부근에서 등산객(여,53)이 7m 아래로 추락 부상하는 등 전국적으로 7건, 부상 5명 발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