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룸실 산내방을 짓다

               정정조





1.
초옥 한 채 땅 한 뼘이 평생의 소원이라

언 손발 녹여가며 냉구들을 이긴 양반

그래도 못 얻은 안방 북풍 한설 내민 선친. 


2.

자식은 못 버린다 온 몸을 부숴가며

풀칠도 행복이다 주린 배 움켜쥔 오기

자모사 가벼운 글이 선비 마음 풀려질까. 


3. 

높은 누각 모란보다 삼간명월 그린 뜻은

우물보다 깊은 삶이 생의 의미 더 깊다시며

한평생 딸깍발이로 무명필력 다하셨다. 



4. 

대궐은 마다셔도 박쥐장은 바라시고

삼동설 일월마저 문풍지로 버티시며

한세월 고난 벗삼아 삭풍도 물린 여인.  



5. 

부친의 검소한 삶 달집터 주초 되고

모성으로 뿌린 사랑 산내방의 기둥 되니

그렇지 부모 은중경 참뜻을 잊으리까.   



6. 

살아서 못 이루신 복 하늘에서 누리시라

핏줄연 심정으로 누옥 한 채 짓자오니

덧없는 덧세상살이 음덕으로 살피소서.    



7. 

미지생 미지사에 양친을 멀리 보내

두 눈으론 못 뵈어도 마음만은 지척인 것을

응어리 번민한 한에 달집 한 채 바쳐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