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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5-12-31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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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2월 샘터시조 / 김인자, 윤석순, 한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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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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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시>
봄의 부활
김인자
살얼음 비껴 앉는 한낮의 햇살 받아
긴 겨울 떨쳐내는 개구리의 하품 속에
서둘러 치켜 든 생명 흥얼흥얼 봄소리.
귀내린 시련으로 선잠 깬 망울들이
하나 둘 매듭 풀면 봄인가 하였을까
아직은 깊은 잠에서 부지런히 재촉하네.
꽃샘바람 시새움에 땅 속의 어둠에서
쉬지 않고 꽃이 되려 입맞추는 소리들이
순명의 용틀임으로 깨어나는 봄의 부활.
이 달의 초대시로 김인자의 <봄의 부활>을 추천한다. 이 작품은 자연은 어김없이 그 길고 긴 겨울의 터널을 뚫고 이 세상을 향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드러내는 봄의 부활을 노래하고 있다.
사물에 두루 민감해야 하는 것이 시인이라면 계절에 대한 반응 또한 남보다 민감해야 할 것은 물론이다. 요는 그 때마다 계절을 각 시인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문제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시간적 배경은 겨울도 아니요, 그렇다고 완연한 봄이라고도 말할 수 없는 2월 쯤에 해당하는 어설픈 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온 산과 들에는 개나리와 진달래가 망울지어 개화를 서두르면서도 때아닌 눈이 내리고 꽃샘 추위가 찾아와 마음을 스산하게 하고 오후에는 졸음을 부르는 것이 2월이다. 그러나 2월이 겨울편에 머물러 있지 않고 서서히 봄을 향해 다가오는 달이라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작품에서는 정해진 시조형식의 틀을 깨뜨리지 않고 유연한 가락으로 어김없이 찾아오는 자연의 이법을 통한 봄의 부활을 개성적 특성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추천시>
대설주의보
윤석순
서슬 퍼런 동장군이
천군만마 앞세우고
단숨에 산을 넘어
눈보라로 달려온다
은백색
펼친 領土는
정적 속에 놓였다.
폭설
한서정
참았던 이야기다, 끝끝내 못다한 말
다 못쓰고 떠났던 말, 이제 와서 쏟아낸다
전부를 받아 달라며 온 몸으로 말한다.
<뽑는 말>
윤석순의 <대설주의보>는 먼저 시어의 선택이나 작풍 구성면에서 잔재주를 부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즉 엄청난 사상의 계시나 심오한 내용의 깊이에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않고, 평소에 쌓아 올린 수련으로써 성실하게 이루어진 작품임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이 작품에서는 단 하나의 싯귀도 그것이 감미로울 만큼 신기하다거나 혹은 시어의 연결 과정에서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 있으면서도 이상하리만큼 호감과 더불어 의인체의 수법으로 생생함을 잃지 않고 있다.
<대설주의보>의 시상의 전개가 동장군이 천군만마를 앞세우고 눈보라가 달려오고, 정적이 놓여 있다로 이루어져 나름대로 문학적 성숙도를 보여주고 있다.
한서정의 <폭설>은 시조가 현대문학으로서 지녀야 할 기교의 숙련이나 단아한 형식미를 확인시켜주고 있는 작품이다. 이를테면 무리한 시작의 시도나 이미지의 굴절이 없이 감정의 직서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는 점이다. 그리고 강설(降雪)의 이미지를 '참았던 이야기', '못다한 말', '못떠났던 말'등의 대화형식의 비유를 통해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이고 현실감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종장의 귀결이 초장 중장의 상념에 비해 크게 상승하지 못하고 평범한 의미로서의 서술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 결함으로 지적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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