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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6-20 18:55
 조회 :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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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수필 200x60매>
꿈의 섬 선유도(仙遊島)
2.
꿈의 섬 선유도가 미끄러지듯 다가온다. 비우고 가리라! 버려야 다시 채울 수 있는 자리 있을 것이니……. 어디나 비슷한 모습의 선착장, 비린내 나는 특유의 풋풋함이여! 민박집 차들이 줄을 서 있는데 우리 서울민박집 주인은 보이질 않는다. 한참을 투덜거리며 걸어가는데 그제야 낡은 봉고 한 대가 헐떡이며 달려온다.
문제의 이동휘(李東輝)씨다. 이 양반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뼈대 있는 전주 이 씨의 후손으로 당년 41세. 5남 2녀 중의 막내로 태어나 귀염 속에 컸으나 끗발에 밀려서 할 수 없이 섬 집을 지킨다는 자유인! 언제 봐도 술 취한 듯이 몽롱한 눈으로 있다 하여 ‘알콜’이라 이름 붙여진 큰 개 한 마리와 36살의 처녀같이 젊은 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언뜻 보기에는 태국의 무애타이 선수같이 생긴 당찬 이 사람.
찢어진 천막을 자연의 작품으로 승화시키고 물건 없어질까 두려워 자물쇠 채우려 하자 자기 짐도 못 가지고 가는데 언제 남의 짐 가져 가냐며 별 걱정 다한다고 핀잔주는 순수 그 자체인 선유인! 씨익 웃는 미소가 아름다운 이 사람을 선유의 명물로 자신 있게 추천한다.
자! 이제부터가 시작이 아닌가. 휴가의 의미는 우선 버리는 데 있는 것이니 버리는 방범의 기본은 마심이 아니던가! 늘 이것이 문제인 줄은 알지만, 그래도 마시지 않고 무슨 재미로 즐긴단 말인가. 곰상의 눈꼬리가 조금씩 찢어진다. 그래도 여기서 밀리면 이번 휴가 망침이니. 모르는 척 해본다. 안 되겠다 싶었던지 착한 우리 곰상 즉시 작전 변경이다. 이젠 애교 작전으로 나오겠지. 그럼 그렇지, 부처님 손바닥인 것을. 갑자기 코맹맹이 소리에 끈적끈적한 눈웃음에 바다가 어울리는 최고의 멋쟁이란다. 보는 눈은 있어서. 각본이 다 보이지만 싫지만은 않다.
역시 예쁜 곰상이다. 저런 곰상 옆에 두고, 왜 그리 헤맸던가. 방황의 날 그리 길었을까. 꽃게탕이 별미다. 그러나 이 나이가 되면 진퇴를 빨리 그리고 분명히 알아야 하는 법! 똥고집은 결국 패가망신의 기본이니. 이제 더 이상이면 부러지리라. 못이기는 체 따라나선다. 걸어서 3분 거리에 해수욕장이 있다
선유 팔경의 하나인 선유해수욕장! 모래가 너무 고와 명사(明沙)십리 해수욕장으로도 불린다. 선유해수욕장은 독특한 구조로 본섬과 작은 섬 사이에 파도가 만들어 놓은 사구(砂丘)로 연결된 해수욕장이다. 한쪽은 유리알처럼 고운 모래가 십리요. 반대편은 갯벌 십리다. 선유도가 옛날에는 유배지였단다. 임 향한 일편단심으로 한양 바라 조석으로 문안드렸다는 망주봉의 우람함에 압도됨이니. 돌덩어리 하나가 어찌 저리 클 수가 있는가. 63빌딩 3~4개를 붙여 놓은 것 같다.
돌이 이렇게 생명력 있게 다가오기는 처음이다. 태곳적부터 그 자리에서 자리 메김 하였을 저 큰 돌은 해변의 인간들을 어떤 눈으로 보고 있을까. 인간들아. 너희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왔는가. 무엇을 추구함인가. 아! 한없이 작아지는 나의 모습이여. 그래, 이제 더 큰 마음으로 살자. 작은 것에 목숨 거는 어리석음은 이젠 버리자. 저 바위처럼, 저 큰 돌처럼…….
선유해수욕장은 작은 섬들이 병풍처럼 둘러 있어 파도가 없고 100m를 들어가도 허리를 넘지 않아 곰상 놀기에 안성맞춤이다. 우리 곰상 신이 났다 저렇게도 좋을까. 고삐 풀린 망아지요 철모르는 애기 같이. 그래 다 풀어 버리렴. 다 잊어버리렴. 곰상 향한 이내 마음 시 한 수 없을 손가…….
산 넘고 물 건너 묵묵히 걸어온 길
지난날 삶의 무게 지치기도 했으련만
고운 맘 해맑은 웃음 그대 있어 고마우이.
저 멀리 있다 하여 이리저리 찾던 행복
발길 멎어 쳐다보니 여기가 거긴 것을
가까이 그대 있음이여 등잔 밑이 어둠이라
가녀린 어깨 위에 세월의 흔적이여
더 이상의 무거운 짐 내 또 지워 주겠는가
영원히 같이 가세나 내 평생의 벗이여.
저 곰상 이런 내 맘 알기나 하려고. 바닷물 묻혀 보지도 못하고 졸다가 민박집으로 간다. 이러려면 집에서 소주 박스로 놓고 먹지 있지 여긴 왜 왔느냐며 꽁알꽁알 한다. 몰론 작은 목소리로.
맛있는 회가 있어 좋은 밤이다. 같이 온 일행은 피곤해서 잔단다. 피곤하다는 곰상 옆구리 찌른다. 모처럼 낀 팔짱이 어색하다. 북적이던 모래사장이 거짓말처럼 조용하다. 섬에 왔으면 섬을 봐야지. 아! 갑자기 하늘이 밝아진다. 손에 잡힐 것 같은 별들의 무게에 하늘이 쏟아질 것만 같다. 서울 하늘에서는 보이지 않더니 전부 선유도로 피서 왔나 보다.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
닭살이다! 그래도 좋다 이 또한 추억 아닌가. 늙어 힘없을 때 안줏거리 늘어남이니 이 아니 좋을 손가. 마음이 젊어진다. 갑자기 객기 발동. 업혀라 곰상아. 그런데 그게 만만치가 않다. 옛날에는 업고 한참을 갔었는데 몇 발짝 못 가서 내려놓는다. 창피만 당했다.
그래도 곰상은 신났다. 장자 대교까지 둘만의 산책! 하늘 있고 별 있고 바다 있어 좋은 밤이다. 같은 바다 하늘 별 봄인데도 그 느낌 다 다른 것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면 그냥 좋지만 마음의 눈을 뜨고 가슴의 귀를 열면 곧 거기가 천국인 것을. 자! 곰상아, 우리도 인제 그만 자자! 더 좋은 환상의 선유도가 기다리는 내일이 있음이니…….
淸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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