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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6-21 16:40
 조회 : 2,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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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수필 200x60매>
꿈의 섬 선유도(仙遊島)
3.
섬의 새벽이 살며시 다가와 잠들어 있는 영혼을 두드린다. 언제나 풋풋함과 더불어 설렘으로 다가오는 섬의 새벽이여! 여명(黎明)의 하늘이 수줍게 열리고 있음이니. 맞으리라! 가슴을 열고 새로움을 반기리라. 벅찬 희망과 꿈같이 펼치리라. 이제 곧 붉은 해가 구름 속을 박차고 떠오를 것이니…….
곰상은 아직 꿈나라에서 헤매나 보다. 편안해 보이는 잠든 얼굴이 좋다. 그래, 그대로 푹 더 자렴. 마음 고요하면 거기가 천국일 터. 아침이 열리는 텅 빈 모래사장에 첫 발자국을 남기며 뿌듯함을 느낀다. 곧 지워져 없어질 발자국이 무슨 큰 의미가 있단 말인가? 지금 내가 걸을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좋은 것인걸. 상념에서 벗어나 문득 하늘을 본다. 어느새 해가 저렇게 떠올랐구나.
라면으로 쓰린 속을 달래는데 문제의 이동휘씨 등장이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동휘씨. 오늘 일정에 대한 지시 사항 전달차 왔단다. 특전사 시절 전공 살려 독도법(讀圖法)을 동원한 치밀한 여행 구상을 해 왔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막무가내다. 로마에 가면 거기 법을 따라야 한단다. 못 가봤다고 하니 나중에 가 보란다. 선유도에서는 자기 말이 곧 법이라 하니 따를 수밖에 더 있겠는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사라지는 동휘씨! 나 참! 기가 막힌다.
선유도 소개가 너무 늦었다. 섬의 아름다움과 한잔 술에 취했음이리라. 선유도는 전남 군산시 옥도면에 속하는 섬으로, 원래는 분리된 3개의 섬이었는데 사구로 연결되어 하나의 섬이 되었다. 선유 2구를 중심으로 1구와 3구가 나누어져 있으며 주변에 선유도를 호위라도 하듯이 둘러 있는 무녀도와 장자도와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 아담한 섬이다. 동휘씨 집은 선유 2구! 섬의 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자! 오늘도 슬슬 시작해 볼까? 2인용 4륜 오토바이! ATV(All terrain vehicle)를 타고 신나게 달린다. 뒤에 매달린 우리 곰상 또 신이 나고. 망주 봉을 지나 선유 3구까지 거침이 없다. 선유 3구는 그 중에서도 더욱 때 묻지 않음으로 더 아름다운 곳이니. 코딱지 떨어지지 않은 섬 아이들이 수줍게 비켜선다. 한가롭다! 낮잠을 자는 듯 밭에 있는 곡식들도 다소곳 머리 숙이고 있고……. 순간 시간이 멈춘 듯 다가오는 태고의 고요함! 멀리 하늘 끝자락에서 졸던 작은 구름도 잠들어 보이지 않으니! 그 평화로움에 내 마음 던져 봄이여. 터질 듯한 고요함을 뒤로하고 장자도로 향한다.
장자 대교 건너 꼬불꼬불 헤쳐 지나 다다른 곳. 아, 천국이 여기에 또 있음이 아닌가! 투명하다 못해 시리도록 푸른 물결들. 리듬을 탄 무용수처럼 흔들리는 해초들의 유혹. 그 끝이 보이지 않은 깊음에 잠시 두려움도 있었으나 긴 생각과 망설임은 자연에 대한 실례이니. 적십자 수상 인명구조원(life guard)자격증은 폼으로 땄나. 벌써 내 몸은 하늘을 날고.
그래! 바로 이것이야 이 자유스러움! 너무 얽매이지 말자! 너무 속박하지 말자. 스스로 굴레를 만드는 어리석음은 이제 더 이상은 없을 것이니. 탄성이 울린다. 곰상과 더불어 소리지르는 옆집 아줌마의 목소리가 엄청 크게 들린다. 거의 발악의 수준이다. 그렇겠지. 당연하지 않겠는가. 쫙 빠진 몸매에 그 우아한 다이빙 폼에. 함성이 당연히 나와야 하겠지.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수영은 오후에 하려고 그냥 입고 온 알록달록한 내 트렁크 팬티가, 나의 저 트렁크가 왜 바다 위에 한가롭게 떠다니고 있는 것일까? 이런 망신이. 이왕 버린 몸. 혼자만을 위한 끝 보이지 않는 넓은 수영장에서 별 쇼를 다 한다. 난리를 친다, 혼자서 안 울고 자알 논다. 잘났다, 정말.
‘톳’이라는 해초와 고동은 얼마나 많은지 그냥 손으로 쓸어 담으면 되는데 담을 곳이 없다.
그 흔한 비닐종이 한 장 없으니. 트렁크 팬티는 참 크고 넓었다. 문득 보이느니 이것이 무엇인가. 그 이름도 찬란한 홍합이 아니던가. 이렇게 큰 홍합은 머리털 나고 처음 본다. 한 두 개가 있는 것이 아니고 말 그대로 때로 몰려 있다. 사람의 발길이 미치지 못한 곳에 있었음이니라. 오늘 이상한 놈 만났다고들 난리겠지. 홍합도 다른 조개처럼 모래 속에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바위에 얼마나 단단히 붙었는지 떼어내는 손이 아프다.
비우자! 그래 채우기 위해 버리자! 배가 고프다. 벌써 점심시간. 순수하게 자급자족한 해산물로 만든 해물찌개가 보글보글 끓는다. 맛이 그만이다. 그 중에서도 백미(白眉)는 단연 홍합이다. 맛은 두말할 것도 없고. 문제는 그 생김새다. 기가 막힌다. 조물주의 신묘함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짐이니……. 마음과 몸으로 홍합을 먹는데 한 잔술이 없음이랴. 곰상아. 맛있게 빨리 먹자. 그리고 또 가 봐야지. 신선이 목욕했다는 그림 같은 옥돌 해수욕장으로. 근데 큰데 큰일이다. 이렇게 졸려서…….
淸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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