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 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이 지금 가고 있다.’ (수필 <오월> 중에서)
오월에 가신 피 천득 선생님을 추모하며
금아 선생님은 1970년대 중반 이후 수필 창작을 멈추고 이따금 시를 쓰는 것으로 창작 생활을 이어나가셨습니다. 그는 종종 “늙으면 술을 마시든지 침묵하라”는 서양격언(SILENCE AND SALON)을 인용하시면서 “했던 말을 또 할 필요는 없다 내가 할말은 다 썼고, 한계도 여기까지다”라고 심경을 밝히시기도 했습니다.
피 선생님의 수필 도 연명 편에서 시조를 쓰셨습니다.
평생 술, 담배를 못 하는 것을 후회하시며, 도 연명 보다 술을 못 하기 때문에 좋은 작품은 쓰지 못 할 것이라고 하면서 아래의 시조를 귀거래사에 맞대어,
짐승은 잠들고 물소리 높아 가오
인적이 그친 다리 위에 달빛이 진해 가오
거리낌
하나도 없이
잠 안 오는 밤이오.
이 세상을 “인연”으로 오월에 오셨다가 아무 욕심 없이 순수 그 자체로 오월 끝 자락에 떠나신 피 선생님을 기리며, 평소 좋아하시던, 카라얀 지휘, 안네 소피 무터의 연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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