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류영희
하늘을 닮고 싶던 뭇별들의 부스러기
땅으로 내려앉아 설익은 몸 분칠하다
갈바람 오시는 길목 사랑잔치 꽃잔치
꽃무릇
오용기
여름내 씻긴 자리 침묵 오래 다지더니
팽팽히 현을 감아 조율하는 가을 아침
뜨거운 함성 한 아름 뜰에 환히 넘치네
뽑는말
단수의 시조는 발상부터 "아, 이렇게도 볼 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게
시상을 잡아야 합니다. 그런 비유의 발상을 잡았다면 남이 쓰지 않은 신선한 시어로 물
흘러가듯 문장을 꾸미고, 종장은 뜻이나 가락(음보와 자수)이 마음을 한 번 휘돌아 여운
이 맴돌게 하면 좋은 시조가 됩니다. 또한 명사 같은 단어를 많이 쓰지 말아야 합니다.
시조가 꽉 차고 딱딱하게 되어 감흥이 느껴지지 않고 전달이 흐려지게 됩니다. 이론은
알아도 쉬운 일이 아니죠. 그래도 좋은 시조의 조건들을 늘 염두에 두고 창작을 하고
고쳐나가면 반드시 좋은 작품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코스모스의 꽃술을 확대경을
보면 부수한 별들이 뭉쳐 있습니다 그래서 코스모스는 우주를 뜻합니다. 류영희 님의
'코스모스'는 시상의 발상은 잘 잡았습니다. 그러나 중장은 너무 평범하고 시어가 따
라주질 못했습니다. 오용기 님의 '꽃무릇'은, 침묵 속에 '팽팽한 현'으로 솟은 꽃대와
'뜨거운 함성' 같은 붉은 꽃, 다 좋습니다. 다만 '뜰에 환히 넘치네'는 '뜨거운 함성 한
아름'의 필요 없는 설명이 되었으며 오히려 이 구절의 빛을 반감하고 있습니다.
최길하 _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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