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김 병 욱

담벼락 기대앉은 키 작은 민들레 꽃

하얀 솜 듬성듬성 머리에 이고 앉아

가녀린 바람결에도 드러내는 빈 대궁.

찔레꽃  

김 술 곤 

어머니 산소 찾아 산 허리 돌아설 때

그때 그 민얼굴로 마중 나온 너를 보면

보라색 새순을 꺾어 연서 한 줄 쓰고 싶다.

뽑는 말-글은 마음으로 쓰고 머리로 수정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글을 만들려 하지 말고 꾸미려 하지도 말고, 간절했던 마음 그대로
소박한 감정 그대로 옮겨 보십시오. 그런 다음 독자들도 내가 느꼈
던 간절함을 느낄 수 있겠구나 하는 범위 안에서 다듬고 수정해야
합니다. 꾸미고 만드는 소설도 그 설정만 가상적인 것이고 그 속의
삶은 언제나 진실입니다. 인위적인 냄새가 난다는 말을 합니다.
그러면 글은 생명을 잃습니다.

김병욱님의 "어머니"는 바람에 반쯤은 흩어진 하얀 민들레 씨앗에서
늙으신 어머니 모습을 보셨군요. 이제는 여린 바람결에도 앙상히 드
러나는 빈 대궁 같다는 표현이 좋습니다.
김술곤님의 "찔레꽃"도 종장의 "보라색 새순을 꺾어 연서 한 줄 쓰고
싶다"는 표현이 맑고 풋풋합니다. 물 오른 새순 같군요. 

                                              -최길하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