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
이 현 숙
자유롭게 흔들리는 생명의 서식지
어머니의 자궁 속 깊고 푸른 뜨락은
영혼이 실타래처럼 풀려나는 곳이다
겨울 길목
최 민 자
나목은 빈 하늘에 기역 니은 쓰고 있다
발음을 따라하는 어설픈 바람소리
등을 켠 홍시 두어 점 꾸벅꾸벅 졸고 있다
뽑는 말
벌써 마지막 잎사귀 12월이 되었군요. 이현숙 님의 '늪'과 최민자 님의 '겨울 길목'을
마지막 잎사귀로 뽑았습니다. '늪'은 신비로운 생명의 근원이자 생명의 씨앗을 잉태
하는 자연의 자궁과 어머니를 잘 대비하였습니다. 유연함과 자유로움 속에 생명이 싹
튼다는 초장과 영혼의 실타래라는 종장의 표현도 깊이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겨울 길
목'은 잎을 다 떨어뜨린 나뭇가지들이 문자와 같다는 생각을 하셨군요. 가지에 부딪쳐
우는 바람소리가 서툴게 글 읽는 소리라는 발상도 좋습니다. 등불 같은 까치밥이 공부
시간에 꼬박꼬박 조는 학생 모습 같이 따뜻함이 잡힐 듯합니다. 두 분 다 사물과 풍경
을 바라보는 시안詩眼이 깨어 있습니다. 옥정희 님의 '유월 산행'도 자연스러운 가락입
니다. 더 좋은 작품으로 다음에 만났으면 좋겠군요. 시조는 가락이 갱명입니다. 가락은
노동요가 그렇듯 호흡 맞추기이고 시름도 고달픔도 이 가락에 실어 마음을 달래고 풀었
던 것입니다. 리듬과 내용을 잘 조화시킨다면 시조도 인생에 약이 되고 희망이 될 것입
니다. 송구영신.
최길하 _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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