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단종이 계셨다.
영월 선암마을 청령포를 껴안고 그렇게 거기 계셨다.
554년전 서기1453년 세조가 벌린 왕위 찬탈의 무참한 희생양으로 쓰러진 단종은 세월을 넘어 표표히 한줄기 소나무되어 서 계셨다. 하이얀 하늘을 이고 서 계셨다.

美人別離秋 此心未所着 下馬臨川流 川流亦如我 鳴咽去不休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이별하고
이마음 둘데 없어 냇가에 않았더니
저물도 내 맘 같아서 울며 밤길 가누나 (의역)

그렇게 군부도사 왕방연 (王邦衍)이 슬피울고 떠났다는 바위를 멀리 바라 아름드리 단종 청솔이 청청하게 군림하고 있었다.

구중궁궐을 도망쳐 온 세 시녀들의 바라지가 어찌 성에 찼을까. 갑갑하고 무참한 가슴을 달랠길 없어 소나무야 ~소나무야~ 네 어찌 내맘 알리야~ 꺼이꺼이 속으로 오만간장을 다 태웠을 단종의 터진 혼 그 아름드리 정회가 거기 그루그루 소나무로 서있었다.

어쩌면 그 시절 그 캄캄했던 500년전 그 시절 한양천리에서 그렇게도 기가막힌 유배지로 하필 그 땅을 점지했을까 그것이 불가사의라고 속으로 혀를 찼다. 그로하여 끝내 세조는 불치의 역병으로 운명했다는 업보의 윤회가 뜨끈한 육감의 교훈인양 한 순간 정수리를 파고 내리 꽂힌다.

단종이 한양을 떠올리며 배회했다는 뒷산 암벽은 148계단으로 단장됬고 3 명의 시녀가 몸을 던져 산화했다는 청령포 강물은 한 옛날의 아릿하고 얼얼한 추억이 언제 거기 그렇게 있었느냐는 듯, 말없이 유유했다.

단종! 그리고 유구한 고금동서의 권력쟁투의 소용돌이 바다와 파도!.
지금사 어이 사라져 없달 수 있을까만,
다 그렇고 그런 것을 애써 무엇이라 이르랴.........그와같은 생각이 문득 가슴으로 이어 오는데, 단종은 이미 그것을 온몸으로 다 겪은 채 한맺힌 눈물뿌려 이뤄진 청솔 솔가지로 그때 그날의 얘기를 품고 우는지 웃는지 그냥 거기 그렇게 서 계셨다.

박달재 뛰어넘어
청령포 내 왔는데

단종 솔 넋 세우고
홀연히 닥아든다

오백년 한 역사인데
저민가슴 왜일까


청청한 소나문들
스러지면 장작나무

할 말이 없을까만
한갖바람 진소리

그 뉜들 모르리야만
모르는것 한치 밖


사람아 웃 사람아
아무리 보듬어도

또 생각 헤아린들
내요 네요 제 나름

맞잡고 나눌 행복이
곧잘 없음 어인 일


단종을 들쳐업고
해원상생 굿판친다

구경온 우리님아
북바라 채 들어라

옛 원한 강물에 띄워
새빛향해 나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