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가을이 오면 여름 보다는 음악을 듣기에 알맞습니다.
오곡이 익어가는 소리와 함께 잘 정제된 아다지오를 들으면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느깁니다.

9월엔 과감하게 쇼스타코비치를 추천합니다. 파란의 역사 속에 러시아의 10월 혁명, 볼셰비키의 전야를 느낄 수 있습니다. 10월엔 단연코 브람스입니다. 불멸의 교향곡 1번,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이라고 할 만큼 고전주의로의 회귀를 맛 볼 수 있고, 4번은 바흐로 돌아가는 바로크시대를 연상케 합니다. 11월은 차이코프스키의 곡으로 차가운 툰드라에 피운 모닥불과 같지요. 12월은 헨델의 메시아와 베토벤 9번으로 한 해를 마감합니다.

가을에 어울리는 어둡고 우울한 일생을 산 키다리 작곡자 하르마니노프를 생각합니다.
리스트 이후의 최대의 피아니스트로 칭송을 받은 그였지만, 그에게는 두 가지의 숙명적 고통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하나는 이른바, '말판 증후근(MARFAN SYNDROME)', 또 하나, 피아니스트로는 성공을 했지만, 작곡가로서는 참담한 평가 밖에 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말판 증후근은 일명 거인병으로 뼈의 과도한 성장, 눈의 돌출과 피로와 두통 및 동맥류로 핏줄이 얇아지는 병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피아노의 건반 13음을 짚을 수 있는 거대한 손과 교묘한 움직임으로 극단적으로 말하면 병이 명작을 낳은 것입니다. 그리고 작곡가로서 혹평을 받는 것으로 항상 음울한 표정으로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가 죽고 60년 후 어느 피아니스트도 그의 피아노 협주곡 2,3번을 연주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제 1악장 도입부는 크램린의 종소리를 연상하며 작곡했다 합니다.
피아노 건반을 어물어물 치고 넘어 갈 수 없는 정확한 타건을 요구하는 이 곡은 우울증에 빠져있던 라흐마니노프가 의사 니콜라이 달로부터 최면치료를 받고 새로운 열정으로 작곡하고 본인이 직접 초연했습니다. 그 치료 후, 피아노 협주곡 3번, 교향곡 2번 등, 주옥 같은 곡을 만들었습니다.

자기 최면, 나는 할 수 있다 라고 하면 그리 됩니다.
에로, “돈 없어 죽겠다” 라고 자꾸 반복하면 그것이 소망이 되어 정말로 돈 없어 죽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희망의 확신을 주면 이루어 집니다. 쓸데 없는 것에 최면 걸지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