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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6-07-24 17:43
 조회 :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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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시>
치매
강권수
쪽 머리
희끗희끗
세월 건넌 늙은 아기
흥얼대며
젖 달란 듯
딸을 보고 엄마란다
천륜이
역으로 돌아
받은 은공 도로 갚네.
연꽃이 필때
강정애
어제 밤, 별이 진 후 한 하늘이 흔들리고
지그시 아픔 깨물며 조금씩 아주 조금씩
비밀의 푸른 자궁을 열고 나온 꽃 한 송이.
<심사평>
치매라는 질병은 현대 우리사회에서 치유하기가 가장 어렵고, 가족들이 겪고 있는 고통 또한 그만큼 무서운 것이다.
그런데 여기 강권수의 <치매>라는 작품은 이러한 치매현상에서 오는 아픔이나 고통같은 것을 그대로 서술하지 않고 치매현상에 대한 상황묘사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문학적 성가를 더해주고 있다. 초장의 '세월 건넌 늙은 아기', 중장의 '딸을 보고 엄마란다'의 상황묘사를 통해 결국 종장의 '천륜이/ 역으로 돌아/ 받은 은공 도로 갚네'/의 결과론으로 치매라는 질병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단적으로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그 만큼 이 작품은 문학적 성숙도에 있어서 앞서고 있다.
강정애의 <연꽃이 필 때>는 제목 그대로 연꽃이 피어나는 상황을 다루었다. 그러나 꽃이 피어나는 상황을 외양적인 상황에서 파악하지 않고 내면적임 면에서 파악하려 했다는 데에 호감을 갖는다. 연꽃이 핀다는 사실은 하늘이 뒤흔들리는 아픔과 신비한 섭리에 의해서 탄생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이 작품이 이루어지고 있음이다.
시조가 짧은 형식이기 때문에 자연 압축과 생략이 중요시되는 언어는 억지로 줄이거나 잡아 늘인 언어가 아니라, 그 자리에 그 말이 아니고는 사용할 수 없는 말, 곧 시조형식에 극히 자연스럽게 들어 맞을 수 있는 언어라야 한다. 중장의 '지그시 아픔 깨물며'의 '지그시'나 '조금씩 아주 조금씩'의 표현 같은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그리고 작품의 눈이 되는 제목 또한 좀 더 세련되고 신선한 눈이 되도록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김준(시조시인. 서울여자 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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