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시>

초겨울 강

김종렬

단풍을 다 삼키고 달아나는 노을자락
산그림자 함께 빠져 거울알을 닦을 때에
강물은 찬 목청 풀어 갈숲 속을 일렁인다.


갈대꽃

송준면

떨쳐내야 할 마음자락 허공으로 너울지다
애틋한 넋이 있어 휘돌리는 춤사위가
물살에 풀어내리는 날 수 없는 날갯짓.


<뽑는 말>
김종렬의 <초겨울 강>은 감상적 서정성보다는 감각적 표현으로서의 조형성을 나타내고 있는 작품이다. 다시 말하면 어떠한 사상이나 정서를 그대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시각적으로 선명하게 느낄 수 있도록 모양을 지어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이처럼 초겨울 강의 이미지를 나타내기 위하여 '단풍을 다 삼키고/ 달아나는 노을자락// 거울알을 닦을 때에// 강물은 찬 목청 풀어'와 같은 생동감이 있는 언어를 통해 구체적인 감각적 표현으로 형상화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시적 효용성이나 아름다움이 돋보이고 있다.
송준면의 <갈대꽃>은 정서적 의미의 섬세한 언어로써 대상의 외양묘사에 머물기보다는 내면적인 의식에 바탕을 두고 시상이 전개되었으므로 시적 진실과 사상이 심화되었다. 단 3행밖에 되지 않는 짤막한 형식 속에 시조의 균제미를 터득하여 생동감과 유연성으로 빛나고 있음은 시적 성숙도를 높이 사고 싶다.
또한 시의 짜임새나 시상의 압축이 그대로 산만하지 않고 긴축성을 유지하면서 절제의 미학으로 형상화되고 있음은 앞으로를 기대할 수 있는 큰 신뢰감을 갖게 한다.

김준(시조시인. 서울여자 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