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첫 장원은 멀리 울산에서 온 이서원(사진.39)씨가 차지했다. 요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울산의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허구한 날 철 가루 흩날리는 공장에서 쇠뭉치 만지고 사는 근로자에게 시조라니. 다소 뜻밖의 일이긴 하다.

"20년 전 경주 문화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문학회 활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지도교사가 시조시인 조동화(57) 선생님이었고요. 몇 해 전에 조동화 선생을 다시 만나게 됐고, 지금까지 시조를 사사하고 있습니다."

이씨가 옛 스승과 다시 인연이 닿은 건 2004년 7월 17일이었다. 직장 생활로 바쁜 와중에도 수필 공모전 등에서 곧잘 입상을 하던 이씨의 소식을 듣고선 스승이 먼저 연락을 넣은 것이었다. "너, 시조 공부 다시 한 번 안 해보겠느냐?" 그 뒤로 그는 일요일마다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스승이 머무는 경주로 달려갔다.

 

 

 

 

 

 

 

 

 

 

 

 

 

 

 

 

 

 

 

 

 

 

 

 

 

 

 

 

 

 

 

 

 

 

 

 

장원작도 스승의 집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날 밤에 쓴 것이다. 자정 무렵, 아내도 아이들도 모두 잠든 텅 빈 거실에 앉아있던 그는 문득 벽에 걸린 십자가를 눈여겨본다. 아니, 십자가 밑에 달린 매듭으로 장식된 실타래가 눈에 들어왔다는 게 맞는 말이겠다. 이윽고 그는 실타래도 묶여야 하나의 장식품이 되듯이 자신 안의 흐트러진 마음도 다잡고 묶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생각이 묶이자 쓰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앉은 자리에서 바로 완성했다.

이씨는 회사에 출근할 때도 가방에 시조시집 5권을 꼭 넣고 다닌다고 말했다. 그래서 짬날 때마다 읽고 또 읽고, 베끼고 또 베꼈단다. 시조를 향한 지극한 애정은 충분히 알겠지만 그래도 생활은 시조와 너무 거리가 먼 듯싶었다. 하나 장원에게 시조는 오히려 텁텁한 삶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윤활유 같은 것이었다.

"하루 종일 철판 만지고 사는데 이렇게 시조라도 쓰면서 정서를 다스려야 하지 않을까요?"

손민호 기자

---

그러기에 묘사는 주로 이미지와 비유로 나타나고, 진술은 시인의 해석적 사유로 나타난다. 시도 그렇지만 시조는 이 묘사와 진술을 잘 알아두면 창작에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우선 경치를 그리고 나중에 자신의 느낌과 생각한 바를 풀어내는 선경후정(先景後情)도 이를 말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시조에서 가장 기본기에 해당되는 것은 무엇보다 적절한 묘사의 구사에 있다. 형상화가 잘되었다, 못되었다 얘기하는 것도 이 묘사를 두고 말한다. 묘사는 무엇보다 눈에 잘 보이듯 선명하게 그려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신선해야 한다. 환기력과 강렬함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왜냐하면, 묘사를 아무리 잘해도 시의 깊이는 떨어지기 때문이다. 울림이 있다 없다, 감동이 있다 없다 하는 것은 진술이 결정 짓는다. 진술은 말하자면 시인의 생의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물이나 사건을 두고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적는 것이다.

잘못하면 훈계조의 얘기를 적을 수 있다. 바른 방법이 아니다. 시는 도덕 교과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진부한 진술은 차라리 쓰지 않음만도 못하다. 이번 달에 접수된 작품을 보면서 어디가 묘사이고 어디가 진술인가를 살펴보자. 그리고 그것이 어느 정도 참신한가 살펴보자. 좋은 작품은 당연히 이 묘사와 진술을 조화롭게 쓰는 것이다.

장원 작품은 셋째 수에서 쓰인 진술이 빼어나고, 차상과 차하 작품은 진술보다는 묘사 중심의 작품이다. 장원 작품은 벽에 꽃을 건다는 단순한 행동을 자기 안의 성찰로 그려내는 진술이 특히 빼어났으며, 마지막에서 반전의 묘사를 그려내는 솜씨 또한 돋보였다.

'말랑말랑한 햇살'은 제목은 물론 대체로 묘사의 참신함이 두드러지는 작품이고, '어머니'라는 작품은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마음을 비유를 통해 잘 그려내었다. 김용채.김환수.김금심.연선옥.송재용.조우리 제씨의 작품이 주목되었지만 다음 기회를 보기로 하였다.

<심사위원: 유재영.이지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