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정(秋情)

이상길

맞벌이 울엄마는 언제쯤 오시려나
빨랫줄 고까옷은 목을 빼며 기다리고
황혼녘 고추잠자리 바지랑대 머문다.



칠석

박솔아

한점 별 내 사랑이 너무도 아득하여
속 달인 거리만큼 색연필로 그린 무지개
전송된 문자 메시지 은하되어 흐른다.



<뽑는 말>
이상길의 <추정>은 시조의 형식미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서 시상을 자유롭게 확대하여 다양한 내용의 변화를 가져오면서 생동하는 유기체를 창조하고 있는 일 등 시조다움의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주어진 소재를 통해 단순히 감정의 토로나 관념의 직접적인 표현으로부터 탈피하여 동화적 수법에 의한 동심의 세계를 형성하고 있어 참신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리고 소재에 대한 생명성을 삽입하여 하나의 생명체로서의 살아 움직이게 하는 과정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형상화되었다는 점도 이 작품의 장점이다.
박솔아의 <칠석>은 칠석날의 전설을 통한 애틋한 사랑을 다루고 있기에, 얼핏 보아 지나친 관념성에 머무르는 것이 예사인데 이 작품은 현대적 감각과 순화된 모국어에 의해 이미지의 투명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우선 소재 선택에 있어 자기능력으로 소화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 강렬한 주제 의식이나 표현의 효과에 있어서도 시조의 형식미를 재구성한 자기의 색깔을 보여주고 있는 점이다.

김준(시조시인. 서울여자 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