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시>

만행 나서는 길

김민성

바람마저 마다하고 건너 선 연화교
휘적휘적 가사 장삼 먼 산이 파도 탄다
그림자 따르는 줄을 저만 홀로 모르고.


파초

김용복

아침 잠 유린하는 매미소리 요란한데
공중에 퍼런 잎새 부채살 펼치우고
더위에 지친 마음을 넉넉히 가리우네.


<뽑는 말>
김민성의 <만행 나서는 길>은 뛰어난 시적 성취를 어느 정도 이루고 있어 그의 재능을 가늠케 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언어와 율조가 혼연일체의 조화를 이루고 있고, 유연하게 넘어가는 중장 종장의 운율적 묘미는 단형시조가 갖는 형식미를 넉넉하게 보여 주고 있다. 거기에다가 내용의 심화가 이루어진다면 더없이 문학적으로 손색이 없는 작품이 되리라. 한편 이에 비해 초장의 운율적 효과는 '건너 선 연화교'에서 3.3의 반복적 음절로 인해 거부감을 갖게하므로 3.4음절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겠다.
김용복의 <파도>는 발상의 참신성이나 표현의 진정성을 돋보이게 하는 작품으로서 시조의 가락을 무리없이 소화해내는 그의 역량을 높이 사고 싶다.
그러나 초장의 '아침 잠 유린하는'에서 '유린하는'이라는 언어의 사용이 부적절한 것으로 거부감을 갖게 하며, '매미 소리 요란한데'에서도 '요란한데'의 표현이 시적 경이로움이나 감동을 단순화하고 있음이다. 그리고 종장의 '넉넉히 가리우네'를 '넉넉하게 가려주네'로 표현한다면 운율적 효과면에서나 의미상에 있어서 바람직하다 하겠다.

김준(시조시인. 서울여자 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