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종가(宗家) 뜰에 잔치가 있나보다
층층이 쟁여지는 깨끗이 닦인 접시
조금씩 가까워지는 웃음소리 발소리. 


                      봄
                                      류영희

뜰안이 소란터니 가지마다 벙근소식
실눈 뜬 아지랑이 햇살끝에 따라오고
우루루 제 손 흔들며 일어서는 노란꽃.


<뽑는 글>
  이 달의 작품으로 박솔아의 <목련>과 류영희의 <봄>이라는 작품을 좋은 작품으로 선정하였다.
  시나 시조 작품에서 객관적인 사물을 대상으로 할 때 우리의 많은 선배들은 그 사물의 외형적 사실만을 묘사하는 것으로 만족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시가 이루어야 할 일은 무엇보다도 사물의 외형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물이 지니고 있는 내면세계를 추구하는 일이다. 내면세계를 추구해야 함은 그 사물의 본질에 접근하는 길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살펴 볼 때 위의 두 작품은 우선 본대로 들은대로의 외형묘사보다는 자기 나름대로 느끼고 생각한 것을 통해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고 있다는 데에서 뛰어난 시인의 성숙도를 느낄 수 있다.
  박솔아의 <목련>에서는 특히 형식의 제약 때문에 새로워지기 어려운 작업인데도 오히려 그 형식을 통해 유려한 운율의 멋과 내용의 독창성을 살려 작품이 눈에 띄도록 생동감있게 새로워진 점이다.
  특히 '가난한 종가의 뜰', '잔치', '깨끗한 접시', '웃음소리 발소리' 등에서 보여 주고 있는 시상의 이미지는 내면적 깊이를 거느리고 있다.
  류영희의 <봄>에서는 상념이나 감각이 개성적이고 신선하다는 장점을 들 수 있다. 초장, 중장, 종장의 표현에서 봄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의욕이 강렬하면서도 적절하다. 특히 종장의 '우루루 제 손 흔들며 일어서는 노란꽃'의 표현에서는 시적 성숙도를 느낄 수 있어 좋다.
  그러나 초장의 '뜰 안이 소란터니'에서'이'와 '니'의 같은 모음이 겹치므로 어감상 운율면에서 볼 때 '뜰 안이 소란하다'로 바꿔 씀이 어떨는지 생각할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