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준(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

새로 산 광주리에 꿀통을 담아 이고
삼십 리 장터 길을 오가셨던 어머니
봄볕에 백발이 되어 바람 앞에 서있네.


간월암

김기수(경남 고성군 구만면 광덕리)

찾아간 그날에도 간월암은 섬이었네
저물길 몇 번을 더 서역을 돌아와야
내 앞에 길이 열리고 달이 마중 나올까


<뽑는 말>
어떤 사물이나 풍경이 마음을 흔들 때 시인은 이를 다시 시로 피워 냅니다.  시의 소재를
마음의 즙으로 삭혀서 그 상에 깃들어 있는 혼령과 하나가 될 때 좋은 시가 됩니다.  시의 소재

속에 내 마음이 들어가 정을 나누고 주고받은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 시입니다.  시어의
선택은 빛과 색이 됩니다.  시어를 잘 선택하면 리듬감 있고 가슴을 흔드는 한 폭의 그림이 됩니다.
‘민들레’ 와 ‘간월암’ 두 편을 뽑았습니다.  ‘민들레’는 장터 읍내로 가는 오솔길, 꽃씨가 바람으로
떠나기 직전 둥그렇게 핀 모습을 새로 산 하얀 광주리로 예쁘게 표현했습니다.  종장에서 이젠
백발이 된 어머니와 바람에 앞에 서 있는 민들레 꽃씨가 하나의 상으로 겹쳐져 더욱 좋습니다.
‘간월암’ 은 쉬운 듯 하면서도 깊은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그날도 길은 물에 잠겨 섬이었다는 표현,
지워졌다 드러났다 하는 물길이지만 나의 길은 언제 열리어 달빛을 마중할까, 하는 중장과 종장이
잘 배치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심사를 하셨던 김준 선생님은 큰 느티나무셨습니다.  저는 이제 홀로
고개 넘던 순이 뒷모습 같은 패랭이꽃, 그저 마음속에서만 일렁이는 접싯불입니다.
많은 투고 부탁 드립니다.

<최 길하 _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