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성포에서
이 선
법성포 통통배에 생계를 이어가는
솔 껍질 어부 손등 새벽달 다 이울고
먼 바다 휘돌아온 듯 고동소리 긴 여운
봄
이현숙
청미래 덩굴 아래 산 노루 울다 가고
양지쪽 부푼 흙은 잔설을 녹이며
제비꽃 오종종 피어 봄노래 부른다
뽑는말
시조가 창唱이나 읊는 것에서 현대시조로 오면서 음미하고 감응하여 느끼는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나치게 정형을 벗어나는 작품을 많이 볼 수 있습니
다. 자수와 음보는 시조의 새염ㅇ이고 길입니다. 거기에서 호흡을 고르며, 또 거기에
서 음률이 생기는 것입니다. 어렵더라도 꾸준히 시조의 정형을 지키며 창작을 하다
보면 그 음률이 몸에 배어 자유로운 창작 경지에 이를 수 이습니다. 이선 님의 '법성
포에서'는 새해 아침에 맞는 좋은 작품입니다. 나무랄 곳이 없습니다. 종장 처리도 좋
습니다. 시조는 이렇게 종장을 초.중장에서 약간 틀어 전환하면서 여운과 맛을 돋우여
주면 훨씬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습니다.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려놓을 때 하나, 둘, 셋
하는 호흡과 동작이 바로 종장입니다. 이현숙 님의 '봄'도 신춘에 맞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3장이 모두 한 넝쿨이 되고 말았습니다.
종장도 너무 평이합니다. 종자을 아까워해야 합니다. 옛날 화가가 귀한 종이를 얻어
최선을 다해 그림을 그리듯 해야 합니다. 시를 쓰는 것은 선善한 마음입니다. 선한
것은 아름다움(美)입니다. 그 속에 즐거움(樂)이 있습니다.
최길하- 시조시인
조회 : 1,88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