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아 피천득
권혜경(경기 평택시 비천동)
오신 날도 가신 날도 우연인 듯 맞추시고
삼아온 여정 일기 주옥의 글밭 향연
소년의 해맑은 미소 잊혀지지 않으리
능소화
윤석순(울산 중구 반구동)
황토담 그 너머에 분홍 속살 아른대면
고샅 동네 양반들도 목을 빼서 쳐다보는
삼복의 모시바람에 향기마저 요염한 몸
뽑는 말
요즘 시골 들녘에 나가보면 곡식들 자라는 소리가 '수런수런' 들려옵니다.
저녁이 오면 온갖 풀벌레 소리들이 뜰 안팎에 자우갛ㅂ니다. 자연의 소리
가 온누리에 가득한 계저. 내 안에 든 욕망의 덩어리, 집착의 찌꺼기를 잠
시나마 꺼내 버리면 고요한 가운데 이런 소리들이 샘처럼 고이지요. 이런
소리의 그늘을 거두어 시 한 편을 지어 봅시다. 가슴에 욕망 대신 시 한 폭
을 길러봅시다. 이 가을엔, 고향의 들녘이 가슴에 일렁이고 풀벌레 소리도
가득할 테니까요. 평화와 행복은 마음속에 조그만 오솔길 하나만 두면 됩
니다. 이 달에는 권혜경 님이 '금아 피천득'과 윤석순 님의 '능소화'를 뽑
았습니다. 금아 선생님은 한평생을 맑게 맑게 사셔서 이 세상 오고 가는
것도 다 비쳤겠지요. '능소화'는 소슬한 오두막 한 채를 보는 듯합니다.
뽑이지 못한 분들의 작품들도 좋은 작품이 많았습니다. 응모 하시는 분들
도 많아져 기쁩니다.
최길하 -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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