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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12-14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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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리(別離)와 간단(間斷)없는 구도자적 사랑/장지성 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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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 1,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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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리(別離)와 간단(間斷)없는 구도자적 사랑
이 완 형(배재대 교수, 소설가)
1.
시조는 그만의 독특한 음과 색조로 영음(詠吟)되어온 민족의 소리이다.
정제된 숨결에 심연의 여운을 얹혀 수백 년을 이어온 극히 절제된 소리, 그것이 시조다. 그러기에 3장 6구의 꼴만으로는 그 본연의 정체와 성향, 그리고 맛깔스러운 색체를 느낄 수가 없다.
지나치게 까다롭지도 못하고 주변을 맴도는 애매함도 없기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려운 것이리라.
특히 현대시조로 이어지면서 자유시와는 또 다른 맥을 형성하며 그만의 사상과 정서를 더해왔다. 굳이 의미를 두자면 시조가 3장에 대구와 휴지를 달아 소리에 얹어졌다면 현대시조는 자수와 음보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생활감정을 자유로이 영음하자는데 있을 것이다.
자유롭되 마구 흐트러지지 않고 엄격하되 그 나름의 넘나듦을 포용하는 매력이 현대시조일지니. 장지성 시인도 그 맛에 빠졌으리라.
장지성 시인은 현대시로부터 출발했다.
1966년 <딸기밭소묘>가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이름을 올리면서 그의 문학적 열정은 지속된다. 하지만 그의 문학적 열정은 현대시로 만족하지 못했던 것 같다.
1967년 소설 <구약신서>로 신인예술상 특상을 수상하면서 문학에 대한 그의 열정은 좀처럼 식지 않는다. 이쯤 되면 누구나 시인이요 소설가로 여생을 향유하련만, 장시성 시인은 결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의 시조 사랑은 1982년 시조집 風雪期를 세상에 내놓으면서 시작되었다.
시조가 교과서에서만 읽히고 고적한 시골 노인의 입에서 한낮의 지루함을 달랠 때 그의 시조집은 이 분야에 커다란 자취를 남긴다.
이어진 1991년의 겨울評傳 역시 그의 시조에 대한 열정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애착과도 같은 그의 시조 사랑은 그래서 고시조와 현대시조를 잇는 가교로, 질펀한 현대시와도 어울리는 장을 열어놓기에 충분했다.
2.
장 시인의 마음은 이미 이 땅에 있지 않다. 그것은 무요 공이요 천체다. 그러나 그것도 사랑이라면 머무를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사랑이 있기에 공간의 존재가 허용되고 무도 되고 공도 되고 천체도 상존할 수 있다.
이 세상 크기가
얼마나 크다 하면
우주의 넓이가
얼마나 넓다 하면
무어라
잴 수 없는 깊이의
사랑만큼 이르리까.
-- <사랑 보법 1> 전문 --
차라리 사랑이지 않았다면 애써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을 ‘다시금 솟구치(사랑 보법 5)’지지도 ‘제 풀에 겨워 거듭거듭 태어나(사랑 보법 6)’지도 않았을 것이요, ‘무덤까지 같이 묻힐 비밀 하나(사랑 보법 7)’를 ‘하얗게 밝힌 아침에 다 타버린 촛대(사랑 보법 8)’처럼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되어 자맥질(사랑 보법 9)’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아 어찌할거나
가슴에 박힌 비수 하나
선지피 흘러 내려
선불 맞은
내 육신은
에후린
바람결 속에
갈대꽃으로 흐느끼나.
-- <사랑 보법 10> 전문 --
장지성 시인의 시조는 ‘가슴에 박힌 비수’처럼 사랑을 못 잊어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천형의 형벌’(사랑 보법 4)에 ‘드리운 시름’을 ‘거두려니 무겁구나(사랑 보법 12)’ 실토하지 않을 수 없는, 아니 차라리 묻어 두고 싶은 그 사랑은 좀처럼 그를 떠나지 못한다.
스스로 몸을 빚은
억겁의 동혈 속에
살아 숨 쉬는
생성의 석순처럼
움 돋는
사랑이어라
영원 속에
몸을 씻는.
-- <사랑 보법 15> 전문 --
그런 사랑이기에 ‘억겁의 동혈’을 안고 ‘석순처럼’ ‘움 돋는’ 사랑일 수밖에 없는 것이리라. 석순(石筍)은 물에 녹은 석회암이 천장에서 떨어지면서 오랫동안 굳어서 된 죽순 모양의 돌순이다. 그러기에 석순은 일반과 동일시 될 수 없다. 더더군다나 순간이나 찰라 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 길고 긴 날들을 하염없이 흐느끼지 않고는 형상할 수 없는 형체가 석순이기 때문이다. 억겁의 기다림이 있지 않고서야 어찌 사랑을 이룰 수가 있을까. 장 시인은 이제까지 그 기다림의 선상에서 노래하기도 하고 절규하기도 하며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어찌 보면 장 시인의 시조는 소박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자연미 속에 질박하게 묻혀버린 천연의 소리, 그 소박함과 질박함이 있기에 우리에게 쉽게 다가서는 지도 모를 일이다.
오랜 전원생활이 가져다준 삶의 진솔함이 여과 없이 배어 있어서 더욱 간절히 다가오는 사랑, 이제 그 사랑으로 용서와 화해, 포용과 관용을 간구했기에 비장감마저 스며든다.
잡초를 일궈 심향을 이루고자 했던 시인의 절박함이 시대의 간절함과 맞닥뜨리면서 오는 절규는 그만큼 분노와 사랑을 한꺼번에 아우를 수밖에 없기에 그러한 동인은 생성된 것이다.
얼마를 더 흘러야
몸 녹는 설움이고
얼마를 더 씻기어야
벗겨지는 실체일까
헤엄쳐
다가서면
또 수평선이 보이네.
-- <사랑 보법 21> 전문 --
덧없는
세월 속에
금이 가고 부서져도
한 모양
그 숨결은
가슴 안의 보석으로
출토된
천년 밀어가
좌대 위에 놓여 있다.
-- <사랑 보법 18> 전문 --
장 시인은 억겁이 가져다준 그 한과 분을 ‘덧없는 세월 속에 금이 가고 부서져도 한 모양’이어야 할 사랑으로 여과 없이 토로했었다. 그것이 농군시대를 지향하는 장 시인의 진정한 바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장 시인의 심향은 아직도 한토다. 억겁을 흘러왔고 씻기었어도 그곳은 늘 수평선. 수평선은 표류하는 사람들에게는 죽음보다도 혹독함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다. 천년이나 숨겨온 밀어가 아직도 좌대 위에 고스란히 놓여 전시장 한 곳에 수감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시인이 그토록 절원하던 천년의 밀어가 아직도 좌대 위에 놓여 누군가를 기다린다.
좌대는 무엇을 올려놓기 위해 짜여진 틀이다.
이 틀이 존재하는 한 그 위에 올려진 실체는 누군가에 의해 드러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장 시인의 천년의 밀어는 아직도 세상에 예언처럼 전해지지 못한 것 같다. 또 천년을 기다려야 한다면, 그래서 그는 이암산 석밭탱이에 거짓과 위선과 폭압과 절망이 없는 사과밭을 일군다.
그러나 세월이 버린 농군시대가 거짓 없는 사과밭조차 죽음보다 더한 절규를 부를 줄이야. 그것은 풍요와 결핍의 이중적 음모요, 존재와 상실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요, 치유와 상처의 불협화음으로 다가와 시인의 마음을 겁겁히 사르고 또 사른다.
‘조각 난 생의 파편(겨울評傳 중 <불미나리> 1)’속에서 ‘농사꾼이 야반도주(겨울評傳 중 <이농사> 2)’하는 ‘상흔을 묻어 두고 긴 유랑(겨울評傳 중 <불미나리> 1)’을 떠나야 하는데 그 끝 간 데를 몰라 서상이고 있다.
그가 노래 속에서 ‘전설’과 ‘상형문자’를 그렇게 자주 언급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3.
천년의 ‘세월이 뚫어 놓은 용소(사랑 보법 14)로만 여겼건만, 이미 ‘싸늘하게 식은 혈인(사랑 보법 17)’으로 변해 버린 ‘이지러진 모양의 슬픔덩이 항아리(사랑 보법 16)’이기에 치유할 수도 안을 수도 떠나보낼 수도 두고 볼 수도 없는 그 사랑은 어디서 배태된 것일까 장 시인은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나보다.
자연미의 조화 속에서도 어찌 보면 초록과 노랑은 안쓰럽기만 하다. 그런데 초록에 얹혀진 붉음은 제 것다운 자연미를 한껏 넘겨주기에 충분하다.
장 시인은 자연의 햇살을 함빡 받은 그 붉음 속에 그 모든 함성과 절원을 담아 두려고 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장 시인은 밝음, 햇살, 바람에 태우면서 자신이 그토록 틔우고 싶었던 싹들을 올곧이 움트려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해갈스럽지 못했던 것 같다.
장 시인은 스스로 술회했듯이 산사의 경지를 나르는 한 마리의 산새가 그 산 전체의 고요를 다스리듯 조금은 초연해지고 싶은 마음으로 인생사를 살고 싶기에 산수갑산 외진 골에 와 안주하고자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節氣 숲을 헤매이는 / 먼 王國은 어디맨지 / 흑곰이 제 발바닥을 / 핣고 있는 이 세월에 / 흙이여 나의 雄志는 만 평으로 풀리련가(風雪期 중 篤農家時代 Ⅱ)’라고 절규하는 것에서 그의 그러한 심정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역시 마음처럼 여유롭지 못하다. 질펀히 주저앉아 엄마야-- 한없이 목 놓아 울고만 있을 수 없는 세태 때문이다. ‘도란도란 앉았어도 이웃이라 할 수 없(風雪期 중 겨울 植物園 Ⅱ)’고 ‘속살로 터져 웃는 / 戀情 또한 무색(風雪期 중 겨울 植物園 Ⅲ)’하지 않을 수 없으며, ‘항시 꽃이 피니 / 돋보이지 않(風雪期 중 겨울 식물원 Ⅳ)’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前生의 무슨 罪로 黃牛처럼 태어나서 / 흉년에 찌들리고 풍년에 울고… 울고… / 시대에 밟히고 찢겨 몸만 꿈틀 하는가(風雪期 중 農軍)’하고 한 없이 되뇌지만 그것은 오히려 ‘손 모아 무릎 꿇고 / 내가 나를 돌아 본다 / 타다 만 장작 같은 / 신앙을 챙겨 두고 / 罪하여 / 日常에 사나니 그게 보람이련가(風雪期 중 告解事 Ⅰ)’. 나의 죄로만 돌아 올 밖에.
그래서 그에게 한 때 농군시대는 찢기고 도막난 일신을 보듬기에 충분치 못했었다.
그가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의연히 농군이기를 자처할 때는 이암산이 그랬듯이 순연한 바람만이 남았을 것이었다.
‘어둠이 海溢처럼 / 스며 오는 이 마슬 / 시월로 자라 오는 / 闊葉樹 가릴 鄕山(風雪期 중 果樹園 마을)’을 꿈꾸며 귀향길에 올랐을 것이다.
그런 그이기에 그토록 자신을 사르며 다가오는 농군들의 절규를 치부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일떠서서 육탄으로 맞설 수도 없는 현실이 더욱 그를 암담하게 만들고 말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가 찾은 대안이 노래요, 그 노래 속에서 사과꽃을 피운 것이 사랑이다.
그가 찾은 사랑이 구도자적 깊이를 더해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참사랑은 무요 공이면 서 유요 실체임을 이미 체득했으나 아직도 실존하지 않는 자신의 사랑을 찾아 보법을 트고 있기에 구도자의 사랑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시조 속에 유난히 많이 등장하는 반어들과 역설적 구조는 끝나지 않은 사랑을 지속적으로 반영한다.
어쩌면 벌써 치유됐을 법도 한 사랑이련만 그 끝 간 데를 몰라서야 어디 완성된 사랑이라 할 수 있는가.
가슴 속
지핀 불씨
별자리로 이름하여
다독여 또 천년
마음의 재 뿌려놓고
오늘도
스러지면서
내일 또한 빛나는가.
-- <사랑 보법 27> 전문 --
별자리는 억만 겁을 지나쳐 온 천체의 형상이다.
누가 쉽게 지울 수도 가져 갈 수도 없는 붙박이가 별자리다. 그래서 별자리에 혜성이 침범하면 감당 못할 일들이 일어나곤 했었다.
결코 변함이 없어야 그 존재로 인해 많은 이야기와 추억들을 거지할 수 있는 공간이 별자리인 것이다. 그러한 별자리에 얼마나 뿌리 깊은 사랑이었기에 이름조차 새겼을까. 그런데 ‘다독여 또 천년’이나 ‘마음의 재 뿌려 놓고’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오늘도 스러지면서’ 어떻게 내일을 기약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4.
이 땅, 이 농군들에게는 공존조차 힘겹고 다가서기도 쉽지 않은 사랑이지만 장 시인은 결코 포기하지 않으리라 굳게 마음먹은 지 오래다.
그가 일찍이 이암 자락에 사과꽃을 피울 때부터 시작되었을 사랑이었으니 이제 또 다시 천년을 기다린다 한들 무슨 변화가 있을 것인가. 여전히 기다리고 기다릴 밖에. 그의 구도자적 심층구조에 깊이를 더해 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아득히 그 속에서
서럽게 웃음 지으며
가고 있는 거냐
뒤 돌아 보는 거냐
못다 푼 숨결로 남아
번열하고 있는 거냐.
우리 이별 없을 때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이 세상 저 밖으로
이름 없이 사라져 간들
그 시절 눈물로 되어
떠 흐르는 것이냐.
-- <아지랑이> 1, 2 전문 --
아지랑이는 무색의 연기 같은 것이 아른거리는 현상이다.
그러기에 나른하거나 춘곤증, 덧없었거나 무심할 때, 허망하거나 모호하거나 그지없는 중에 표상되기 일쑤다.
시인은 그 아지랑이 속에서 못다 한 사랑을 애타게 찾고 있다.
‘서럽게 웃음’지으며 ‘번열하고 있는’ 사이눈물 속을 타고 흐르는 아지랑이를 연상케 하기에 충분하다. 또 아지랑이는 지고지순과는 어울리지 못한다.
시인의 심중에서 아지랑이가 더 이상 장애가 되지 못한 지 오래인 것은 이 때문이다.
신기루처럼 매달려 목내 놓고 갈음할 처지가 아닌 것이다.
그곳은 별리가 없는, 만남을 위해 잠깐 동안 머물다가는 이름 모를 정거장 같은 것이리라.
시인의 구도자적 사랑의 틀은 이밖에도 무수하다.
오백 명
애기 중들이
깨금 치며 뛰어 노는
불이문
안과 밖이
무너지고 있네요
있는 것 마냥 이대로
이렇게도 좋은가
-- <함박눈> 전문 --
산사는 고요와 적막, 수도와 안식이 교차하는 곳이다.
소요와 분원이 없는 정토다.
그러기에 모든 시공이 초월된 무와 공의 공간이요, 탐닉과 업이 정지된 선과 시(施)의 본연이다.
이는 아이들의 마음과 통하는 동시에 그것 자체를 말미암는다.
아이들의 마음은 그 자체가 무요 공이면서 천진과 무구가 상존하는 심성의 본연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동자승의 마음이랴. 얼마나 큰 업이기에 승이 되었겠냐마는 동자승의 마음은 곧 부처님과 한 가지다. 그런 동자가 머무는 공간, 그것도 ‘깨금 치며 뛰어’ 놀면서 해맑게 웃는 모습은 모든 사랑의 원천이 아닐 수 없다.
시인의 마음은 이미 한 단계 승화된 사랑으로 밖에 이 모든 회한을 다잡을 수 없음을 간과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시인의 마음은 이제 한 곳에 머물 수조차 없다. 그의 시가 해탈과 안도를 동시에 감음(感吟)함은 이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그윽이 처다 보면
매무새를 다독이고
돌아서 갈라치면
몸을 풀어 손짓한다
보조개
귓불 밝히며
파장 치는 저 미소.
-- <목련> 전문 --
목련은 탐스러운 꽃과 은은한 향기로 인해 정(淨)함의 상징으로 표상되어 온 터다.
그리하여 제 멋의 이름들로 거듭 태어났으니 옥처럼 깨끗한 나무라하여 옥수, 옥 같은 꽃에 난 같은 향기가 있다 하여 옥란, 생김새가 난초를 닮았다 하여 목란, 꽃봉오리가 모두 북쪽을 향한다 하여 북향화, 붓과 같은 꽃봉오리를 가졌다 하여 목필, 나무에 피는 연꽃이라 하여 목련이라 한 것 등이 그것이다.
특히 석가모니의 십대 제자 중의 한 사람인 성예 마우드갈리아야나(목련)와 이름이 같다하여 사찰 벽화에 자주 등장하기도 했다.
그런 목련이기에 그리도 애달픈가. 그런 목련이기에 그다지도 사랑의 폭이 넓은가. 그런 목련이기에 사랑이 끊이질 않는 건가.
쳐다보면 ‘매무새를 다독이고’ ‘돌아서서 갈라치면’ 그 천연의 화향으로 이내 마음을 돌려 잡는다. 순백으로 다가와 백옥 같은 사랑을 전수하는 목련. 그 목련이 장 시인의 별리와 간단없는 사랑인 것이다.
5.
소박함과 진솔함, 질박함과 돈후함은 장 시인의 시적 기반을 다지는 기표들이다.
그러면서도 이들이 생소함이나 왜소함, 어줍음이나 비속함과 통하지 않는 것은 장 시인만이 가진 독특한 시선 때문이다.
사과밭지기의 참사랑, 어찌 보면 농군일 수밖에 없는 사과밭지기가 혹세의 삶에서 느껴지는 그만의 참사랑을 알차게 일궈 가고 있다는 것, 장 시인만의 시선은 그것에 비롯된다. 그래서 장 시인의 시조는 진토에서 구워낸 옹기박이라 할 수 있다.
그가 발 딛고 선 농군시대와 사과밭은 바로 그런 옹기박이 사랑을 익혀가는 심향이자 터전이다.
그러나 아직도 그가 사랑 보법을 멈추지 않고 있음은 또 다른 아쉬움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농군이 감내해야 할 수많은 업들을 아우르지 못한 사과밭지기의 자괴감이랄까.
그가 지향하는 삶이 그랬듯이 그의 시 도처에서 참농군이 지향하는 반성과 회향을 바라 볼 수 있는 것도 그런 까닭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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