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왜 꾸죠? 수없이 질문하고 궁금한 논제였습니다.

 

20세기의 위대한 사상가이며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드(Sigmund Freud(1856-1939)는 그의 <꿈의 해석>에서 ‘꿈이란 어떤 형태의 것이든 소망 충족의 수단이며, 꿈을 꾸는 사람은 그 자신이면서도 현실의 자기 자신과는 완전히 단절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꿈의 해석>에서 꿈의 문제에 관한 기존 연구자들의 학문적 문헌 고찰과 꿈과 꿈에서 깨어난 후의 생활과의 관계에서부터 꿈의 재료와 원천, 및 꿈의 여러 작업 그리고 꿈과 신경증과의 관계 등등을 체계적으로 연구하여 꿈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언제나 꿈이란 묘한 것이고, 나에게는 시원하게 풀리지 않는 숙제이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꿈을 꾸지 않는다고도 하는데, 나는 꿈을 잘 꿉니다.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에만 만족할 수 없을 정도로 꿈이란 나에게는 수수께끼입니다. 대연구가의 꿈의 해석도 나의 실제적인 경험과는 맞닿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나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어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험대상자들의 환경과 개인 여건의 차이에서도 그럴 것이라고도 생각합니다. 특히 꿈의 망각 현상에 대해서는 프로이드도 확실한 답을 주지 않았고, 이에 대한 여러 학자들도 실험 대상에서 얻은 결론은 불투명합니다. 하기야 정신병동에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이었으니 명확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꿈의 망각에 대한 스트럼 펠(Strum Pell) 의 해석을 보면 ;

첫 번째는 꿈에서 깨어난 후의 환경적인 여건을 말하는 것일 테고, 두 번째는 머리에 각인이 되지 않았다는 것일 테지요. 그래서 잊어버린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꿈에는 이론도 질서도 없고, 꿈의 구성은 그것이 특별히 기억된다는 가능성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잊어버린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나의 경우, 수 십 년 동안 꿈을 꾸면서 경험한 나의 꿈에 대한 기억론과 망각론은 아주 간단합니다. 꿈을 꾸고 있는 자세 그대로만 내 몸이 보존되어 있으면 꿈은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곧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몸이 흔들리거나 돌아누우면 그대로 꿈은 달아나 버립니다. 곧 잊어버립니다. 몸을 움직이지 않은 상태에서 그대로 벌떡 일어나 메모지에 꿈의 내용을 써 두면 기억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꿈을 꾸고 방금 눈을 떴을 때 생생하게 기억된 것도 다시 눈을 감고 다른 자세로 자고 나면 아침에 깡그리 잊어버립니다. 꿈의 기억과 망각은 잠 잘 때의 자세와 잠자는 습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나는 내 체험에서 얻은 결론입니다.

 

꿈에 대한 이야기는 역사 속에도 많이 나타납니다. 그 중에서도 김유신의 동생인 보희와 문희의 꿈 이야기와 성경에 나오는 요셉의 꿈 이야기가 많이 膾炙(회자)되고 있음을 봅니다. 문희는 비단 옷 한 벌로 언니의 꿈을 사서 오빠의 친구인 김춘추(신라29대 무열왕)와 결혼하여 왕비가 되었고, 요셉은 꿈에 해와 달과 11개의 별이 자기에게 절하는 꿈 이야기를 형들에게 하여 미움을 더욱 받아 애굽에 팔려갔지만 바로왕의 꿈을 해몽하여 애굽의 총리대신까지 올라가서 꿈에서처럼 11형제들에게 절을 받는 현실을 맞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꿈은 꿈으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시기, 어떤 형태로든 현실과 맞물려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나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나는 꿈을 잘 꾼다고 했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기르면서도 어느 시기 가끔 가끔씩 꿈에 시험을 치르는 꿈을 잘 꾸었습니다. 주로 대학 입학시험이었습니다. 꿈에서도 ‘나는 대학을 졸업했는데 왜 이 시험을 치지?’ 하며 의아해 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시험을 치면서 시험을 제대로 치지를 못해 쩔쩔매다가 깨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꿈에 잘 시달리던 것이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즉 삼남매를 기른 후 다시 학문의 길을 시작하면서 그 꿈의 정체가 현실화되었고, 꿈은 나 자신도 몰랐던 내면 의식에서 살아서 꾸준히 나를 지배하고, 격려하고 있었음을 실감했습니다. 그 시험을 현실에서 치른 후는 그러한 꿈을 꾸지 않았고, 그러한 시험에 시달리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꿈의 정체를 흐트러지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나는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 곧 ‘꿈이란 어떤 형태로든 소망 충족의 수단’이라는 말을 새겨봅니다. 왜냐하면 결혼 후 아쉬워하면서도 잊어버렸던 내 학창 시절의 꿈을 무의식 속에서나마 꿈을 통해서 이루도록 끊임없이 충전시켜주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꿈에서나마 끊임없는 촉매 작용이 있었기에 어느 때부터인지 서서히 학문에 다시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그 때의 심경을 읊은 시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