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원고를 쓸 당시*) 신문에서 ‘서울대 출신 고시 합격자 포함 9명 출가’라는 신문 기사를 보았습니다. 이들은 ‘서울대 불교 서클 동문들’로서 박사도, 고시합격도 다 필요 없다며 학업과 직장을 초개같이 내던지고 잇달아 출가했습니다. 제 3자의 눈으로 볼 때, 산사에 들어간 이들 젊은이들은 이 사회에서 살아가기에 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고, 또 이 사회에서 그에 걸맞은 할 일도 많이 있을 텐데 어찌하여 산사에 들어갔을까? 하고 의아해지기도 했습니다. 하기야 석가부터 왕궁의 부귀영화도 다 버리고 출가하여 부처님이 되었으니 그 제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그 뒤를 따라야 되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해 보기도 하지만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가? 하고 문제를 제기해 보기도 합니다. 그것도 한 사람이 아닌 집단으로 말입니다.

 

이와 비슷한 시기 ‘이것이 인생’이란 TV 프로에서 88올림픽 유망주였던 전 체조선수 김소영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휠체어에 앉아 있어도 웃음 띤 밝은 표정이 안정되고 평화스러워 보였습니다. 여리게 보이면서도 역경을 이겨낸 승리자의 모습이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장애자의 편의를 위한 사업에 힘쓰겠다’고 했습니다. ‘장애자가 되지 않았다면 그러한 일을 생각지 못했을 것이라며 자기가 이렇게 된 것도 장애인을 위한 도구로 쓰시기 위한 ‘하나님의 뜻’임을 비추었습니다. 이러한 그녀의 말은 신앙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가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88올림픽 대표선수, 16세의 꿈 많은 소녀의 운명을 바꾸어 놓은 그 날, 그녀는 힘든 훈련을 하면서 신체적인 컨디션이 좋지 않음을 알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책임과 의무감에 훈련을 게을리 할 수가 없었습니다. 끝까지 인내하리라 생각한 것이 ‘앗!’하는 순간 떨어져 이렇게 육체적인 불구가 되었습니다. 10년이란 그 많은 세월 동안 어려움도 많았고 좌절도 많았겠지만 용감하게 새로운 모습으로 일어선 김소영-. 그녀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손 하나 정상적으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컴퓨터를 두드리고 원고를 작성하며 체조 해설자로 활동하는 그녀를 보며 뜨거운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온전치 못한 신체적 조건에서도 그녀로 하여금 보람된 활동을 하게끔 만든 그 용기와 의욕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그것은 물론 주위의 관심과 위로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그녀가 믿고 있는 신앙의 힘입니다. 그리고 거기서 나온 마음의 자세입니다.

 

신앙의 힘은 대단한 것입니다. 요즘 같은 취업난과 고시열풍에서도 그 좋은 직업과 고시합격을 초개같이 버리게 하고 산사로 향하게 한 부처의 힘(가르침), 그런가하면 꿈 많던 과거를 회상하며 눈물과 한숨으로 지세 울 수 있는 한 소녀의 운명을 밝고 아름답게 보람된 삶을 살 수 있도록 인도해 준 예수의 힘(가르침). 이렇게 우리의 삶은 그가 믿는 신앙의 대상에 따라서도 운명이 바뀌어 짐을 볼 수 있습니다. 어느 길이 옳고 그릇되고는 각자의 관점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논할 바가 아닙니다만 이 세상 삶의 현장을 본 관점에서는 분명히 긍정적인 삶과 부정적인 삶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전자를 살펴볼 때 9명이라는 불교 학생회원이 이 세상을 긍정적이고 살기 좋은 아름다운 세상으로 보았다면, 또 이곳에서의 자기 존재의 필요성을 느꼈다면 자기의 그 자리를 초개같이 버리고 세상적인 緣(연)을 끊고 산 속으로 출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는 물론 여러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습니다. 온전한 육체를 가지고도 제 갈 길을 제대로 못 가고 불평하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현재의 삶이 힘이 들고 몸이 성치 않으면서도 더욱 더 남을 위해 봉사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도 우리 주위에는 많이 있음을 봅니다. 그래서 육체적인 불구자들 보다 마음의 불구자들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합니다.

모든 사물이 다 그렇듯이 이 세상도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이렇게도 볼 수 있고 저렇게도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어디에다가 그 가치 기준을 두느냐에 있습니다. 이 세상은 아름다움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추한 것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나의 삶도 이 세상 속에서 나에게 주어진 환경과 조건 속에서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살아가면 거기서 보람된 일도 많고 또 즐거운 일도 있어서 기쁨이 넘치는 생활을 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매사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부정적인 면만 바라보고 생활한다면 그의 삶은 언제나 부정적인 삶이 되고 그에게는 항상 어두운 불행의 그림자가 따라 다닐 것입니다. 똑 같은 일에도 생각하는 관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나누어짐을 다음 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성전 공사장에서 벽돌을 나르는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에게 어떤 사람이 물었습니다. ‘당신은 이 벽돌을 나르면서 어떤 생각을 하느냐?’고- 그랬더니 한 사람은 말하기를 ‘배운 것은 없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할 수 없이 하는 일’이라고 하며 삶에 지친 듯한 어조로 입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 사람은 행복한 모습으로 활짝 웃으며 ‘아 얼마나 좋습니까. 나의 이 적은 힘으로 성전을 만드는데 보탬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행복합니다’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똑 같은 일을 하는데도 그 생각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행복은 자기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적은 일에도 감사하며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주어진 몫에 보람을 가지고 최선을 다 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남이 볼 때는 행복한 조건이 충분히 있는데도 그것을 못 누리고 별 것도 아닌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헤매며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은 마음 하나 바로 놓기에 달려 있다’고 합니다.

 

.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도 엄밀히 따져보면 모든 면에서 두 개의 길이 있습니다. ‘이것이냐 저것이냐.’입니다. 곧 ‘긍정적인 삶을 택할 것인가 부정적인 삶을 택할 것이냐’ 와 ‘정의롭게 살 것이냐 의롭지 못하게 살 것이냐’ 입니다. 요즈음 같이 혼탁한 사회에서는 이것이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중심을 바로 보면 어느 것이 ‘바른 길’이고 어느 길이 ‘바른 길이 아니라’는 것은 가릴 수 있습니다.

 

매년 새해가 되면 우리는 한 해의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어느 해든 다 만족스럽게 할 때가 드뭅니다. 항상 부족함을 느끼면서도, 미완으로 둡니다. 그리고 완성을 향해 또 새해를 맞이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인생이고, 부족한 모습입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내일을 바라보며 오늘을 살아갑니다. 오늘이 모여서 내일이 되고 내일이 모여서 우리의 삶의 모습이 됩니다. 오늘을 내일로 바라보며 오늘 하루 나에게 주어진 몫에 충실하고, 적은 일에도 감사하며 만족하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고 싶습니다. 또 적은 것이라도 베풀며 즐거운 마음으로 긍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