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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04-10 13:50
 조회 :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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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서 언
우리는 근세 시가사에서 시조를 제외한다면 고려말 이후 근세 5.6백년간은 시가의
암흑기가 되고 말 것이다.시조를 除하고 근세시가사를 논한다는건 적절한 비유가 아닐지
모르나 원자탄의 세례를 받은 荒凉한 廢墟의 도시에서 빌딩을 찾는 일과 같다고 하면 과언일까? 이 자랑스런 문학유산을 근래에 와서 일시적인 쇄운을 겪었다하여 사설시조의 유행이 있었다하여 고전에의 향수이니 古風振作에 그치느니 민족적인 취미.정서.교양물로
존중해야 할 따름이라고 하며 斯學의 대가군중에서도 현대문학일 수 없다고 하는 분이
있으니 과연 현대의 본격문학이 될 수 없는 것일까?
필자의 淺薄한 식견으로 역량에 겨운 일인 줄 知悉하면서도 주로 [현대문학]誌를 통한
諸家의 이론을 중심으로 감히 考究를 시도해 보려는 것이다.
2.시조는 현대문학일 수 있는가?
[현대문학]지 통권 51호에서 조윤제박사는 [어찌 시조가 현대문학일 수 있느니 없느니 하는 그런 작은 문제에 시조의 가치가 논의될 것인가,그보다 좀 더 넓은 의미에서
시조가 이해되고 애용되며 또 널리 민족간에 보급되어 시조가 민족의 한 큰 교양물이
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시조가 최근세에 와서 재인식되어 오늘에 이르는 대발전을
한것도 실은 그런 의미에서 발전한 것이지 거기에 무슨 현대문학적인 요소가 있어서 발전하였던 것은 아닐 것이다.따라서 현대시조에 있어서 연시조가 유행하는 것은 하나의
시조의 변체라 생각하는 것은 좋을지 몰라도 이것을 시조가 현대문학이 될 수 있다는 의욕에서 고안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사실상 시조문학이 파괴되어 가는 것이라 찬성할 수
없다]고 하였다.그리고 현대문학이 될 수 없다는 이론을 다음과 같이 전개하였다.
"그 내용이 현대적이라하여 현대문학이라한다면 소설에 있어서도 却說 이때식의
소설을 써놓고 현대소설이라고 우겨대는 것과 마찬가지 일이 되어 일종의 넌센스가
되고 말 것이다" 또 "시조를 덮어놓고 현대문학이 된다고 강조하는 것은 마치나 육자백이
수심가를 가지고 현대음악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아 이론이 서질 않는다"하였다.
그리고 [현대문학]지 통권 41호의 설문에서 평론가 제씨중에는 "양복을 입고 고무신을
신는 격이니 갓을 쓰는 격"이니 하였다.
그러나 동 설문에서 一石 李熙昇 교수는 "시조도 언어로서 구성되고 표현되는 작품인 이상 현대적인 감정.감각.사상이 담겨질 수 없다는 것은대체 무슨 망언인가?"하였고
月灘 朴鐘和박사는 "다만 시조의 그형이 고려말이나 이조초기에 있던 형이라하여 현대
성을 들어 낼 수 없다는 것은 망발입니다. 우리는 시조의 틀을 빌려 가지고 넉넉히 오늘의 현대사상과 현대사유를 표현할 수 있는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於是乎 필자는 조박사의 국민문학으로서의 의의가 지대하다는 이론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나 虛坦한 심정으로 그 이론을 비판해 보고 管見을 약술해 보고자 한다.
먼저 "각설 이때式의 소설을 써놓고 현대소설이라고 우겨대는 것과 마찬가지의 넌센스"
라고 하였는데 물론 그따위 소설이 현대소설이 될 수 없으나 시조를 하필 고대소설과 견주어 同軌로 몰아 넣는 것일까? 시조에 있어서도 "어즈버,두어라,옛놋다,하노라"식이
현대시조가 될 수 없다는 정도의 이론을 전개하여 하필이면 정형시의 쟝르 자체를 넌센스化할 이유가 어디 있을까? 鄙見(비견)으로는 鷺山님의 "가고파"라든지 爾豪憂님의
"달밤",朴在森님의 "구름결에"는 훌륭한 현대시조이며 현대문학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시조를 현대문학이 된다고 강조하는 것은 마치 六字백이 愁心歌를 가지고 현대음악
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하였는데 역시 필자는 이 비유에 불만이 있다.그 이유는
육자백이 수심가는 고인이 지은 歌辭에 古人이 지은 곡이라 현대인이 불러도 古調 그대로 일뿐이라 현대음악이 될 수 없지마는 시조는 현대인이 현대사상을 현대어로 창작하는
것이라 전후가 같다 생각할 수 없다고 믿는다. 또 연시조를 못 마땅하게 여기셨는데
孤山의 漁父四時詞,松江의 警民歌 등으로 이미 대가들의 시험필이라 오는날의 연시조와
약간 성질이 다르다하더라도 필자는 연시조만이 현대시조문학의 대발전을 가져오게 하는 것이라 믿어 조박사와 의견을 달리 하는 바이다.
설문에 평론가 모씨가 "신사복에 고무신격"이라한데 대하여도 필자는 시조와 고무신과는 관련이 없음을 역설하는 바이며 如上의 사고방식이라면 소설도 현대에 만들어진
문학의 쟝르가 아닌 것인바 영화가 편리하게 발달된 오늘날 씨나리오 문학만이 현대문학이며 소설은 양복을 입고 두루마기를 입은 격이 될까?극단론자를 위하여 [思想界]지
통권 89호에서 영문학자며 서울대 문리대에 계시는 權重輝교수의 다음과 같은 글을
인용해 보기로 한다.
"자기 밖에 알지 못하는 문학작품이 문학이냐 아니냐는 문제가 나오게끔 되었다......
작가뿐 아니라 독자 역시 특이하고 신기한 것을 구한다.무엇이든 새것이게 되면 그만
이라는 것이다.이러한 욕망을 만족시키기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다만 어제 그저께의 작품과 다른것을 제공하면 된다.과거에 것에 물감을 발라 내어 놓아도 되겠고..
..알듯 모를듯 한것 외국의 것을 좋다는 취미,남들이 좋다는 것을 좋다는 취미,심지어는
값이 비싸니까 좋다는 따위,해괴한 취미도 없지 않은듯 하다....사회나 좌우의 아무도 알아주지 않음을 한탄하는 작가는 자유의 도깨비에 홀린 나그네다."
3. 시조의 운율과 자유시의 내재율
시조는 우리의 脈膊이자 呼吸이요 民族情緖와 心血의 結晶이다.(가람)
시조가 다만 우발적 소산일가.우리 민족의 내재율과 이렇다 할 관련이 없을까(一石)
양 대가의 고매한 이론에 의지하지 않더라도 시조가 얼마나 우리 언어의 자연스러운 운율이며 자연스러운 호흡인가를 자유시만을 쓰는 현대시인들의 자유시 작품속에
무의식중에 흘러 들어 간 구절을 인용해 보기로 한다.이런 점은 자유시작품이 爛熟의
극치에 이르러 명시 절창이 되면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시조의 가락이 되고 만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는 사실이라 하겠다.
1) 靑馬시를 통하여
조국이여 영광이여 구비 구비 애정이여
오늘의 표묘한 광명에 얼싸 모셔
내 새옷 갈아 입고서 다시 뵈려 하노니
(讚歌에서)
지성하고도 은밀한 풀벌레 울음이여 너는
나의 영원한 소망의 통곡이 될지니
드디어 드디어 공허이었음을 나는 알리라
(드디어 알리라 에서)
아기야 너는 혼자 외로워 외로워
그 귀익은 창가를 소리 높이 부르고
날마다 날마다 고와지는 좋은 백골이 되라
("6년후"에서)
일력을 헛되이 모가지에 오욕의 연륜 남기고
남은 것은 오직 짐승같은 悲怒이어늘
말하라 그대 어떻게 오늘날을 晏如 하느뇨.
(非力의 시에서)
신월같이 슬픈 제 족속의 태반을 보고
내 스스로 고고의 곡성을 지른것은 아니련만
명이나 길라하여 할머니는 돌메라고 지었다오
(출생기에서)
2) 芝薰詩를 통하여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선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서 먼산이 닥아서다
("낙화"에서)
서리 가마귀 우지짖는 저녁 노을 속
나그네는 홀로 가고 별이 새로 돋는다
영너머 가는 길에는 산 사람의 무덤 하나
("고목"에서)
무너져 가는 사람을 위해서 기도하여 주십시요
쓰러지는 사람을 위해서 기도하여 주십시요
얼마나 많은 시간속에 새겨진 모습입니까
찢어진 심장을 위하여 기도하여 주십시요
가난한 눈물로 하여 영 시들을 수 가 없는
서럼의 싹을 위하여 기도하여 주십시요
("기도"에서)
서라벌 즈믄해의 수정하늘이 거리었다
무너진 석탑위에 흰구름이 걸리었다
새소리 바람소리도 찬돌에 감기었다
("계림애창"에서)
떠도는 맑은 향기 암암한 옛양자라
아리따운 사람이 다시 오는듯
보내고 그리는 정도 싫지 않다하여라
("매화송"에서)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인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인데
얋은 絲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 나빌네라
("승무"에서)
3) 기타 시를 통하여
어린 羊은 오늘도 먼 산을 바라보고 있읍니다
찬란한 녹의를 갈아입은 산마루 끝에는
파아란 하늘을 가는 흰구름이 있읍니다
(장만영,"羊"에서)
어딘가 내 아내될 사람이 꼭 있을 것 같아
음악소리에 젖는 가슴에
희망은 보름달처럼 등긋이 떠 올랐다.
(장만영,"정동골목"에서)
저물어 저물어 오는 육교위에
한줄기 황망한 기적을 뿌리고
초록색 램프를 달은 화물차가 지나간다.
(김광균,"향수"에서)
정든 태양이여 눈 부시게 비치어라
나와 나의 미네르바의 향연을 마련하는
장엄한 교향악이 시방 머얼리서 울려 온다
(양명문,"나의 역정"에서)
비바람에 잿빛으로 녹이 쓰러가는 문
문지방에 거뭇한 이끼가 돋아 돋아
나날이 높이와 두께를 더해 가고 있읍니다
(홍성문,"문 2"에서)
알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아 도란 도란 거리는 곳
(정지용,"향수"에서)
우선 간단히 손에 잡히는 시집에서 그 리듬이 시조와 유사한 걸 택하였는데 재삼
애송하여도 가락이 좋은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확신한다(인용에 잇어 미리 下諒없었음을 寬恕하시옵소서)
4. 본격 및 국민문학론
시조문학의 임상고발을 발표하여 시조인에게 頂門의 一針을 가한 장순하님은 "현대
문학"통권 50호에서 시조문학의 거점이란 논체하에 본격문학으로서의 시조와 국민문학
으로서의 시조에 대하여 卓論을 전개하였는데 이태극교수께서 육성과 격려를 위한
좋은 평론을 많이 발표한것과는 다른 의미에 있어서 효과적인 글이었다.그 보람 있어
결코 아마추어적이라 할 수 없는 훌륭한 본격문학작품이 成의 수준을 능가하여 신인의
쾌작이 쏟아져 나오게 되었다.각 신문 신춘문예만을 보더라도 이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금년도 신춘문예의 심사위원 제씨의 선후평을 읽어 보면 자유시는 응모자수에 비하여 질적으로 저하되었다고 하는 것이 이구동성이며 신문마다 거의 대부분이 "해당작 없음"으로 일관한데 대하여는 근래 자유시중에 독자에게 불신임 당하는 지나친 자유의
도깨비에 홀린 나그네가 있기 때문에 신인들이 일정한 틀을 잡지 못한 까닭아라 한다면
그릇된 관측일까? 독자의 수가 시인의 수보다 적다고 하는 말이 일리 없는 말일까?
현대의 자유시인에게서 시조시인들도 타산지석으로하여 문자 그대로 정진하지 않으면 안되겠다.잠간 논조 탈선하였지마는 이와같은 반면에 신춘문예에 있어서 시조시인들의 형편은 어떤가. 작년도는 고사하고 금춘에 있어서도 동아(탑.이우종),조선(종루.이우출),경향(묘비명) 서울(李沙泉)제씨의 쾌작은 당선작으로서 보다 그 중량이 심사위원 제씨의 찬사와 같다 사족같지마는 조선인선(여인.이우출)은 현재 대구 고등 3년재학생인 바 시조문학이 이 시대의 각광을 받아 앞날의 본격문학으로서 찬연한 광망을 던질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바=ㅣ유가 적절하지 않을 줄 모르나 어떤 사람이 양복을 입고 제사참사를 하면서 젊은 종손이 대학을 졸업한 과학자인데도 도포를 입고 제관이 되었다하여 너는 현대인이 아니라 하면 양복입은 그이만이 현대인일까?
다음 국민문학으로서의 시조에 대하여는 조윤제박사의 고견을 들어 보기로 하자.
"그 작자는 각 계급을 망라하여 왔다. 즉 위로는 왕공 귀족으로부터 밑으로는 士庶人,천기에 까지 이 시조를 애호하고 그들의 감정은 확실히 이 시조를 통해 상통했던 것인데 이 점에 있어 시조는 명실 그대로 민족문학이 되었었다"(조박사저,국문학개론 114면)
그리고 장순하님의 대중시조(국민시조)론도 卓見後論이었는데 "논을 사놓고 하좋아 달밤에도 가보고"란 즉 일본의 하이꾸 유사형을 국민시조(생활시)의 好例로 인용한 것이 있었다.단,이것만은 필자의소견으로는 우리 민족의 구미와 생리에는 맞지 않음을 제고하고자 한다. 그 까닭은 벚꽃이 활짝 피었다 깨끗이 지는 식의 일본의 국민성에 적절한 가형이지"은근과 끈기"의 배달겨레에게는 노산님의 양장시조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는데 단장일뿐 더구나 倭型의 모방이란 시조의 품위를 격하시키며 존엄성을 멸살하는 戱技이상의 것이 못 되는 바 필자는 엄숙한 마음으로 이와같은 호사가적 창안은 반대하고 싶다.
5. 결 어
이상 시조문학이 吟風詠月 閑人閑事에만 그치는 노래가 아니고 본격문학으로서 현대의 자유시와 병존하여 그 의의가 지대하며 앞으로의 전망이 낙관적임을 확신한다.
거듭 되풀이하는 바는 자유시의 의의가 적다는 이론이 아니며 시조도 자유시와 동질로써 병존하여 시단의 다채롭고 폭이 넓은 발전이 있어야만 세계의 관심사가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끝으로 현대문학 73호에 실려있는 동양학을 전공하는 당대 화란한 석학 후리쯔 훠스 박사의 시조와 일본의 단가를 비교해놓은 평론의 결언을 인용하고 졸고를 맺을까 한다.
"사실 수에 있어서는 시조는 단가에 비해서 옛날부터 대단히 적은 양 밖에 전해지지 않고 있읍니다. 그러나 질에 있어서 한국인은 자랑스러움을 가질 수 있읍니다.나는 9개국어의 시를 읽을 수 있는 환경에 있었기 때문에 시조에 담긴 시정신처럼 솔직하며
동시에 감동적인 표현에 접할 수 있기는 대단히 희귀한 일이었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합니다.확실히 윤선도 같은 이의 것은 괴테나 베르하아렌등의 서사시에 필적하고 있읍니다. ......나는 시조가 저 무궁화에 의해서 적절히 표현되어 있는 한국정신의 가장 훌륭한 표현의 하나로서 후세까지 길이 남아질 것을 희원해 마지 않읍니다.(박두진 역)
196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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