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샘터상 

 

장원 / 연(蓮) 

  

  

   연잎은 염천에도 푸른 빛 간직한다

   발 담근 진흙벌에 곧추 세운 꽃대 하나

   버려진 세상을 향해 붉은 낙관 찍는다.



   -성효





 

 

가작1석 / 능소화 





   하룻밤

   승은(承恩) 후로

   잊혀진 어린 궁인



   긴 세월

   기다림에

   피울음도 희미해져



   울타리

   넘지 못하고

   담황색으로 걸렸다.



   -차도연





 

 

가작2석 / 백목련(白木蓮) 



   당신의 환한 웃음 가슴에 담으려고

   가난한 골목길엔 꽃구름 가득하다

   하이얀 꽃치마 입은 설레이는 봄마중.



   -최봉희





<심사평>



어느 누가 나에게 "너는 왜 시조를 쓰는가?" 묻는다면 '너는 왜 한국에서 태어났는가?'라고 묻는

일과 다를 바 없다.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 문학인 시조를 쓴다는 말이다.

시조가 한국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민족문학임에 비추어 볼 때 시조가 담아야 할 내용은 한국적

인 사고, 한국적인 철학, 한국적인 정서, 한국적인 풍토여야 한다. 그것이 바로 시조의 본질에 접

근하는 길이다.

이번 샘터상 시조 부문은 이와 같은 관점을 중시하여 성효의 <연>을 당선작을 뽑았다. 차도연의 

< 능소화>와 최봉희의 <백목련>은 가작으로 결정하였다.

성효의 <연>은 감정의 과잉으로부터 탈피하여 세련된 감성이 균형을 이룸으로써 심오한 사상이 섬

세하게 잘 나타난 수작이다. 다른 어떤 응모작보다 시조 형식이 갖는 특성을 잘 살려 완결된 서정

의 미학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평이하고도 응축된 시어와 이를 통제하는 기법으로 쓰여진 이 시조

는 정제미(균제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차도연의 <능소화>는 꽃이 얽힌 설화를 상상력을 통해 시상으로 전개해 친근감과 생동감을 주는 작

품이다. 이 작품은 의미와 운율과 이미지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과거의 획일화된 방식이 아닌

시각적 기복적 표기 형식을 취하고 있다.

최봉희의 <백목련>은 시상이 참신하고도 사려 깊게 나타나 있어 종래에 볼 수 없던 새로운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소재가 갖고 있는 상징성은 새롭지 않으나 시어 하나하나에 따뜻함을 담고자 하는

시인의 의지와 생동감 있는 비유와 상징이 친근감을 준다.



                                                       김준(시조시인. 서울여대 명예교수)





당선 소감

선(禪)을 향한 정진의 길에서 우연한 기회에 시조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습작의 여정이 살아온 세월

만큼 힘이 들었는데, 급작스런 당선소식을 전해 들으니 기쁨에 앞서 또 다른 항로를 향해 돛을 올려

야 하는 두려움이 앞섭니다.

부족한 저의 졸작을 선정해 주신 심사위원님과, 평범한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샘터사에 고마

움을 올립니다. 창간 36주년을 맞는 샘터의 나눔 정신은 세상의 소외된 이웃과 어려운 이들에게 늘 

힘이 되고 용기가 되었습니다.

청년 시절부터 읽어 온 샘터 사랑이 오늘의 영광을 가져다주었듯 앞으로도 샘터시조를 더욱 사랑할 것

입니다. 우리 민족 고유의 정형시인 시조를 배우며, 그 함축된 시상 속에 자연과 인간 내면의 세계를

표현할 수 있음이 일순 즐거움으로 다가옵니다.

부족한 저의 글을 뽑아 주심을 거듭 감사드리며, 배움의 틀 속에서 새롭게 정진하겠습니다. 샘터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성효-충남 아산에 위치한 해원사 주지 스님입니다.

                       사진에도 조예가 깊어 연꽃을 주제로 매년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