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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6-03-03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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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봄호 시조문학 신인상 작품 및 당선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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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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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길도 정경
황 석 수
파도에 묻힌 고산 숨소리 들려온다
밀썰물 파도 타고 노니는 물새 떼들
시 한수 달아 물고서 너울너울 읊는다.
오백년 틔운 움에 녹우당은 비 내리고
그윽한 향내 내듯 님의 숨 들리는 듯
어부사 가녀린 숨결 바람처럼 스친다.
당/선/소/감
병술년 새봄을 부르는 입춘절기에 신인상 당선이란 소식이
하얀 눈에 실려 왔습니다. 보잘 것 없는 졸작을 신인상으로 문
단에 오르게 한 심사위원님 정말 고맙습니다.
이 기쁨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나누겠습니다.
내 삶의 터전에서 시조 한수 읊어 흥얼거리며 삶의 용기를 재
촉하고 어두웠던 마음을 밝혀 주던 때가 소감을 쓰는 순간 펜끝
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글로서 표현하며 달래던 습작의 긴 세
월을 끌고 육십의 고개에 이르러 벽송 김홍래 선생님, 정암 김
춘기 선생님이 바로 잡아 지도해 주신 고마우신 은덕 고개숙여
인사 드립니다.
이젠 두려움이 앞섭니다. 시조 문단에 누되지 않도록 열심히
창작 활동에 심혈을 기우려 시조의 진미를 우리민족의 자존심
으로 살려 가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 합니다.
<황석수(黃石水) : 서예가, 소가야 시조문학회 회원.>
주왕산 계곡
전 순 옥
푸른 이끼 갑옷으로 문패 달고 솟은 바위
넘어 질듯 발 담그고 하늘 이고 내려 본다
물보라 흰 저고리 빛 담지 못해 숨은 하늘.
수 억년 태고 열정 비꼬아 튼 산등 줄기
초록 햇살 빗어 올려 무지개 빛 빗겨푸는
감돌아 계곡을 적셔 가슴 속을 스민다.
포르르 날아가는 낙엽인가 쫓았더니
다람쥐 바람 한 줄 풀숲 물고 굴러 뛴다
꿈결에 숨바꼭질 하듯 맴을 도는 산 벽이여!
당/선/소/감
부풀은 대지에 뿌리 걸친 보리 노오란 순에 연두빛 숨결이 숨어
드는, 봄으로 거듭 나는 남녘 2월인가 봅니다.
매서운 한파를 이겨낸 새싹의 힘이 있었기에 4,5월 푸르른 맥파
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보리 순 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들도 절로
청 보리밭이 되어 주질 않았습니다.
길 위에서 길을 모르고 헤매며 지나칠뻔 했던 시조의 인연을 돌
아보게 해 주신, 심사위원님께 먼저 감사를 올립니다.
시조는 자유를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형식과 절제 속에서
서정을 노래해야 하는 묘미의 진수를 다시 한번 느낍니다.
삶속에서도 진정한 자유는 제어와 규율, 절제속에 내재 되어 있다
는 것도 함께 깨치는 영광입니다.
나와 인연한 모든 분들께 이제 시작하게 되었다고 소식 전합니다.
그리고 그 인연 소중히 하며 늘 감사히 살겠다고 다짐 합니다.
특히 고문님과 회장님의 쉼 없는 채찍과 열정의 노고에 감사 드리
며 도움 주신 문우 여러분들께도 감사 드립니다.
다시 한번 심사 위원님께 감사 드립니다.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뿌리 들뜬 보리밭을 꼬옥 꼬옥 다져 밟아 봅니다. 시조 문학에 다
진 뿌리를 잘 내려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순옥 : 전남 광주출생. 육묘 농장 경영.>
심/사/평
-신인으로서 變容의 자세와 실험정신-
병술년 봄호를 맞아 응모된 작품들이 한결같이 격상되어 있음에
고무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중에서 황석수 님의 "보길도 정경"과 전순옥 님의 "주왕산 계곡"
작품이 선뜻 눈에 들어왔다.
위 두 분의 작품은 한결같이 정형의 율격을 잘 살려 오랜 기간 수련
하고 연마한 고뇌의 흔적이 엿보이며 작품의 완성도가 두루 갖추어져
있기에 당선작으로 미는데 손색이 없었다.
작품 "보길도 정경"은 고산 윤선도를 기려며 쓴 2수 1편의 연시조로
비 내리는 녹우당에서 마치 시인 자신이 고산의 숨결이 되어 파도와
물새와 바람소리를 불러들여 시로 승화시킨 상의 집약이 더욱 이미지
의 효과를 나타낸 작품이다.
이어 작품 "주왕산 계곡"은 3수 1편의 연시조로서 한 편의 동영상을
보는 듯 여성 특유한 섬세함으로 서경을 그린 작품이다.
상과 상의 연결과 연과 연의 이음새가 마치 한 필의 비단을 직조해
내듯 품새를 주며 빚어낸 언어의 조탁은 정형시에서만이 가질 수 있는
참맛을 최대로 살려 낸 작품이라 하겠다.
특히 3수 째의 "포르르 날아가는 낙엽인가 쫓았더니/다람쥐 바람 한
줄 풀숲 물고 굴러 뛴다."의 초.중장에 와서는 읽는 이로 하여금 어느덧
가을산곡을 거니는 듯한 입체감까지 주는 작품으로 탄탄한 시력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거듭나기라는 어휘가 있다.
어느 사이 음풍적이고 고전적인 일부 기성들의 유희의 답습에 현혹되
있지 않았는지...스스로 작품을 점검하고 도려내는 자기진단과 항상 긴
장감을 잃지 않는 치열한 시적 변용의 실험정신이 특히 신인들이 가져야
할 우선적 자세가 아닌가 한다. 더욱 정진하시어 웅비의 나래를 펴기 바
란다.
<심사위원 : 박병순. 김 준. 장지성. 정순량. 문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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