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어안는 고운 태.
인생사 모든 근심 걱정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은 모두의 소망이리라. 아니 근심 걱정이 없는 것이 제일 좋으리라. 하지만 이 사바세계를 살아가면서 어찌 온전히 벗어날 수 있을까. 거리를 두고 함께 가는 것이지, 흐린 하늘도 자애로운 눈길로 바라보는 것은 부처를 닮은 시적자아의 모습이다. 그 눈길 속에, 그 마음속에는 진흙탕 오욕칠정도 끌어안는 부처의 마음이 새겨진 시적자아의 내면의 세계가 있고, 염천에도 시들지 않는 연꽃 같은 푸른 마음이 있다.
뷔퐁(Buffon, 1707~1788)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문은 곧 그 사람이다'. 글을 보면 그 사람을 알게 된다. 정서(正書)든 낙서(落書)든 얼굴 없는 댓글이든 얼굴 있는 댓글이든 한 줄 글에서도 그 사람을, 그 인격을 만나게 된다.
성효 시인은 조계종 해원사 주지 스님이시며, 연꽃사진작가이시다. 연은 진흙탕에서 자라 꽃을 피우지만 그 꽃은 더 없이 맑고 아름답다. 성효시인은 이러한 연꽃의 속성을 가리켜 "삶을 아우르는 이치와 같다"고 연꽃 사진집 [蓮花在水]에서 말했다. 이를 상기해 보면 성효시인의 마음이 바로 연꽃과 같은 부처의 마음이다. 그래서 '진흙탕 오욕칠정도 끌어안는 고운 태'로 향수(享受)한다.
주희(朱熹1130－1200)에 의하면 사단(四端) 곧 인ㆍ의ㆍ예ㆍ지는 성(性:본성)이고 이 사단(四端)이 밖으로 표현되면 정(情:감정)이다. 성(性)과 정(情)이 통합하는 것이 마음(心)이다. 인간의 칠정(七情)이 여기서 나온다. 이러한 감정과 정서에서 시는 탄생한다. 그래서 시는 곧 시인 자신의 정서감정이고 그 자신이다. 따라서 '문은 곧 그 사람'이라는 것이다. 연꽃의 '고운 태'는 곧 성효시인의 '마음'이다. (시조문학, 2012. 봄호)
(이정자/ 시인,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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