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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7-18 21:32
 조회 :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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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의 여러 모습들/ 이우걸
독자는 늘 기다린다. 새로움을. 새롭기 위한 몸부림을. 그런 새로움이나 최소한의 새롭기 위한
몸부림을 읽으면서 그 시조가 담긴 세상의 풍경에 공감하거나 동감을 표시한다. 이 비밀도 아닌
비밀을 시인들은 의식하며 작품을 쓴다.
시인이란 그런 새로움의 장치를 잘 만들어 내는 사람들에게 주는 칭호다. 그렇기는 하지만 또한
시인들은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내어놓을 때마다 불안하고 난감하다. 고심해서 내어놓는 작품이
지만 독자들의 기대치에 맞출 것 같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가끔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고 작품을 발표할 때가 있다. 그런데 독자 반응은 의외로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그만큼
시인도 어렵게 시를 쓰고 독자들도 까다롭다. 결국 새로움을 위해 더 방황해야 하는 것이 시인의
숙명이다.
어쩌지? 공황이다 배들만 요란하다
몸 하나 못 가누는 고무풍선 인형처럼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갈짓자로 헤맨다.
아니다 발전이다 거듭나기 위함이다
미아로 애태우던 그 시간이 있었기에
저마다 도약을 위한 마음들이 모일거야.
- 이정자, 「공황(恐慌)」 전문 -
이 작품은 어떤 상황에 대한 두 가지 시선을 보이고 있다. 상황이란 바로 ‘공황’이다. 공황을 쉽게
이해한다면 기존의 안정된 상태를 급격하게 잃게 된 혼란의 상태라고 단순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의 첫 수는 공황을 혼란의 상태 그대로 제시하고 있고, 둘째 수는 그 혼란의 상태를 새로운 출구를 위한 과도기로 그려내고 있다. 연속적인 상의 전개나 표현만 차이가 있을 뿐 부연되는 연시조를 흔히 보아온 독자에게 이런 방법은 신선하다.
강원도 횡성군 천문인 마을에는
우즈의 ccjtskf 같은 하늘이 사는데요
어여쁜 새들과 함께 오순도순 사는데요
밤들면 깜깜한 아둠 제대로 대접 받고
원시의 고요속에 새근새근 꿈을 꾸는
아이들 눈빛을 닮아 별들 쟁쟁 빛나지요.
- 손증호, 「별빛 보호지구」 전문
강원도 횡성군에 있는 천문인 마을에 가서 밤 하늘을 보고 쓴 시조다. 이 작품은 여러 가지 미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 첫 번째로 제목이다. 밤하늘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린 그 많은 시들 중에서 이런 따스한 제목을 우리는 발견하지 못했다. 시 일반의 경우 핵심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독자에게 시의 묘미를 더 주기 위해 때로는 트릭으로 제목을 정한다. 산문보다 더 민감해서 제목 하나가 시 전체의 분위기를 살리기도 하고 시들게 하기도 한다. 물론 작자는 쉽게 이 제목을 정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참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와 더불어 종결어미에 반복되는 ‘~요’는 구어체의 묘미와 운문성을 강화하는데 효과적으로 기여한다.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동시조 분위기이다. 동시조라 하더라도 일부러 구분할 필요는 없다. 초록빛 수채화 한 폭을 우리 모두가 아름답게 바라보며 감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 그 말 속에는 커다란 강이 있습니다
세찬 물굽이도 휘어도는 거친 길도
자잔히 깊어지는 법 익혀야 할 강입니다.
“야야, 우투룹다. 저만큼 들이서라”
천길 단애 끝에 서기라도 한 것인 듯
발목이 잠길양이면 걱정하던 강입니다
솔기 터진 이름처럼 먹물짙은 오늘 밤도
그 강물 격량되어 출렁 넘쳐 흐릅니다.
베갯속 마른 뼈 사이 뜨건 길을 냅니다.
- 심석정, 「눈물」 전문
정성들여 쓴 사모곡이다. 이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새로움을 위한 시인의 노력은 공손한 종결어미와 어머니의 모습을 더 실감 있게 그리기 위한 경상도 방언의 활용, 그리고 객관물 상관물로서 ‘강’의 이미지 활용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참 잘 짜여진 따뜻한 서정시다. 셋째 수에 와서는 자연의 강에서 마음의 강으로 바꿔 놓은 것도 작자의 저력을 느끼게 하는 의미 있는 전환이라 생각된다. 이 작품의 구성이 시인이 그리고자 하는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사모의 마음을 느끼게 하는데 적절하다는 것은 앞서 말한 몇가지 미덕들이 조화롭게 기여하기 때문이다. 거듭 말하지만 공손한 종결어미의 뉘앙스, 경험의 ‘강’ 이미지 그리고 적절한 방언의 사용 등이 회고조의 이 시조를 살려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다만 이 시조의 제목으로 ‘눈물’이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더 오래 독자의 가슴에 닿을 수 있는 다른 제목이 없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좋은 작품은 평범한 다른 작품에 비하여 더 고민한 자굼이고 더 정성을 들인 작품이며 더 새로운 작품들이다. 간략히 얘기한다면 새로움의 노작들이다. 그 새로움을 독자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새로운 시각으로 사물을 그린다거나 이색적인 사물을 노래한다거나 수사의 세련성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그래서 좋은 시인들은 더 많은 구속과 고통을 감내하면서 관습적인 자기 정체성을 탈피하려고 한다. 그런 노력들의 결실은 독자의 공감으로 보상 받게 마련이다.
<월간문학, 2011.7월호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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