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은 어려서부터 당시 주자학을 전래하고 유교 중흥의 선도적 역할을 한 회헌 안향(1243-1306)의 문하에서 수학하였다. 『동국
문헌록』을 보면 회헌의 문하에서 수학한 사람이 모두 수백 명에 이르나, 그 중에서 정도를 깨닫고 학통을 이어받은 선비로는 역
동을 비롯하여 신천, 백이정, 권보 등 4인이라고 한다. 또한 안인식이 쓴 『회헌안문성공략사』에서는 회헌의 적전(嫡傳)으로서
위 4인 외에 이진, 이조년을 추가하여 6군자로 칭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제자가 바로 역동이었으며, 회헌
도 역동의 학행을 높이 평가했다.
회헌은 임종을 앞두고 병석에서 백이정, 권보 등의 문인들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그대들은 연상이나 동년배라고 하여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고 내가 세상을 떠나거든 우탁을 나와 똑같이 스승으로 섬기라”. 고 했
다.
회헌이 세상을 떠난 뒤에 그 유명(遺命)에 따라 연령에 관계없이 모두 역동을 스승으로 섬겼다. 뿐만 아니라 당시 백이정의 문인
이었던 이제현, 박충좌, 안목 등 24인과 권보의 문인이었던 이곡(李穀), 백문보(白文寶), 최해(崔瀣) 등 19인 등이 모두 역동의 문
하에서 수학하였으며, 원나라의 학자 주공천(朱公遷), 허겸(許謙), 왕위(王褘), 등도 모두 스승의 예로써 역동을 공경하였다. 이를
미루어 볼 때 역동은 학문의 넓이와 깊이뿐 아니라 그 덕망까지도 갖추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역동의 문하에서 학업을 닦은 수많은 제자들 가운데서 신현이 으뜸이다. 신현은 고려 개국공신 신숭겸의 후예로서, 본관은
평산, 자는 신경(信敬)이다. 당시 원에 가서 주공천(朱公遷)등과 교유하며 학문에 전념하여 큰 학자가 되었다. 신현이 역동의 저
술들을 첨삭, 교정하여 편집하였으나 화란(禍亂)으로 불행히 소실되었다고 앞에서 밝혔다. 다행이 역동의 학문적 사적(事蹟)에
관하여 비교적 많이 담고 있는 『화해사전(華海師全)』이 있다.
『화해사전』의 끝에 첨부되어 있는 「동방사문연원록(東方斯文淵源錄)」에서는 나려대(羅麗代)의 도학 연원과 도통(道統) 관계
를 기술하고 있어 역동 우탁의 위치와 유학의 흐름을 가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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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華海師全』 권3, 諸子 述
4) 1852년(철종3) 호서의 孔氏家에서 고려말 학자 范世東이 짓고 원천석 등이 편집한 『活動人物叢記』가 나왔는데, 여기에 신현
의 행장과 사적 등이 담긴 『화해사전』이 들어 있다.
곧 설총(薛聰) →최충(崔沖) →김양감(金良鑑) →안향(安珦) →우탁(禹倬) →신현(申賢) →정몽주(鄭夢周), 이색(李穡)으로 기술
하고 있다.
이렇게 우탁은 여말 정주학 수용 초기의 유학자로 충렬왕 4년에 향공진사가 되면서 관직에 나선다. 그의 성품을 잘 말해주는 일화
가 전한다. 1308년 충선왕 즉위년, 우탁이 감찰규정으로 있을 때 일이다. 충선왕이 부왕의 후궁인 숙창원비와 통간한 일이 있었
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우탁은 흰옷에 도끼를 들고 거적을 메고 대궐로 들어가 극간을 하였다. 왕의 곁에 있던 신하가 그 상소문을
펴들고 감히 읽지를 못하고 있는데 이를 본 우탁이 호통을 치며 말하기를 “경이 근신이 되어 왕의 그릇된 것을 바로 잡지 못하고
악으로 인도하니 그 죄를 아느냐?”고 꾸짖었다. 이에 좌우의 신하들은 어찌할 줄을 모르고 왕도 부끄러워했다고 한다.
이 일로 역동은 벼슬을 사퇴하고 복주의 예안현(안동시 와룡면 선양동, 안동댐 건설로 수몰)으로 퇴거하였다. 안동 예안현 지삼리
에 은거하며 당시 원나라를 통해 유입된 정주학을 연구하며 후학들을 길렀다. 특히 정이가 주석한 「역경」의 정전은 처음으로
들어와 이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이에 역동은 방문을 닫아걸고 연구에 몰두했다. 한 달 만에 이를 터득하여 후진에게 가르쳤다고
한다. 이에 중국의 학자들이 중국의 역(易)이 동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하여 우탁을 역동(易東)이라 부르게 되었다.
충숙왕이 역동의 충의를 높이 사 여러 번 불렀다. 그러나 나아가지 않고 후진 양성에만 힘을 쏟다가 그 뒤 출사(出仕)하여 진현관
(進賢館) 직제학(直提學)에 임명되었고 성균관 제주(祭酒:종3품)로 승진하였다. 이때 역동은 관학(館學)의 확립을 의논하였으며,
성균관 유생들에게 정주(程朱)의 성리학을 강명하여 고려말기에서 새로운 학풍으로서의 신유학 진흥에 매우 힘썼다. 또한 당시
성균관 재생(齋生)들에게 ‘경사백가(經史百家)를 읽는 뜻을 깨달아 도를 전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차 그 말을 익히고 그 체
(體)를 본받아서 마음에 배게 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훈도하여 성리학의 이론적 바탕과 함께 실천적 태도를 강조하였다.
역동은 ‘경서’와 ‘사기’에도 통달하였다. 특히 ‘역학’에 정통하여 점괘가 맞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고려사』열전에 전하고 있다.
시조로는 청구영언에 「춘산에 눈 녹인 바람」과 늙음을 한탄한 「탄로가」 두 수가 있어 국문학사에서 작자가 분명한 작품으로
서 가장 오래된 시조라는 귀중한 위치에 있다.
역동의 흔적이 남아있는 사인암은 구단양에서 동으로 약6㎞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단양 팔경 중에서도 으뜸인 관광명소이다.
유학자 역동우탁이 사인(정4품)벼슬에 있을 때 이곳에서 선유(船遊)하였다는 유래에 따라 조선 성종때 단양군수 임제광이 사인암
이라 명명하였다. 사인암 앞을 흐르는 운계천의 맑고 푸른 물과 첩첩이 쌓아 올려져 하늘 높이 치솟은 기암절벽이 짙푸른 노송들
과 잘 어우러져 승경중의 승경이다. 그 곳에 가면 암벽에 새겨져 있는 역동 우탁의 친필각자가 있고. 그의 시비가 있다. 그 시비에
위의 시조 「탄로가」가 새겨져 있다. 다시 한 번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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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고려사』, 세가 권33, 충선왕 1년조
6)趙穆의 『易東書院實記』에 의하면 역동이 入元時 중국학자 丁寬이 역동의 易學에 대한 博通함을 찬탄하여 "吾易, 東而已"라 하
였던 것을 인용해서 퇴계선생이 易東書院이라고 명명한 데서 유래한다.
한손에 가시 들고 또 한 손에 막대 들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려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이 시조는 역동선생이 말년에 늙음을 한탄하며 인생의 허무를 노래한 「탄로가」로 알려져 있다. 예나 지금이나 늙는 것은 모두
싫은가 보다. 늙음을 막대로 치고 가위로 막겠다는 시어의 운용과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라는 재치 있는 발상에
현재를 사는 현대인에게도 가슴에 와 닿으며 미소를 머금게 한다. 이러한 시상을 펼칠 수 있는 시인의 마음이기에 역동은 그 시절
81세까지 건강하게 장수하면서 후진양성과 학문의 길을 열정적으로 걸어간 것으로 보인다.
요즈음은 백발도 주름도 늙음의 기준을 뛰어 넘는 세상이다. 얼마나 늙음이 싫으면 백발은 염색을 하고 주름은 화장술로 없애겠
는가.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하면 주름제거수술도 감행하는 세상이다. 나이가 들면 늙는 것이 자연현상이겠건만 이렇듯 모두 늙기
를 싫어하니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기 위해 방사(方士)서복(서불)으로 하여금 선남선녀 500명을 거느리고 목숨을 건 불로초 탐사
에 나서게 한 것도 이해할 만도 하다.
「고려사」에는 우탁설화(禹倬說話)가 다음과 같이 전해진다.
역동은 어릴 때부터 성격이 곧고 자기주장을 분명히 폈으며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면 어른일지라도 꼭 짚고 넘어가는 올곧음
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학문에 대한 집념이 강했고 행동거지가 밝았다. 학자의 학식과 군자의 품성을 갖췄다고 하여 과거에나 합
격해야 주어지는 진사라는 벼슬 칭호를 15세에 이미 붙여 주었다. 처음에 그는 벼슬에는 별로 뜻이 없었다.
1290년(충렬왕 16) 그의 나이 27세에 과거에 합격하고 ‘사록’이라는 관직을 받아 지금의 경북 영덕군에 있던 영해라는 곳으로 부
임했다. 부임해 보니 이곳에 ‘팔령’이라고 하는, 신에게 제사 지내는 사당이 있어 주민들이 이 영험을 믿고 ‘팔령신’을 극진히 모시
고 있었다. ‘팔령신’이란 이름 그대로 여덟 방울신을 일컫는다. 이들에게 재물을 바쳐 제사를 지내지 않으면 화를 입는다는 것이
다. 이에 얽매여 힘겹게 재물을 바쳐야 하는 주민들의 폐해가 매우 컸다.
유학에서는 민간신앙인 이러한 미신을 인정하지 않는다. 철저한 유학자인 우탁이 이를 그냥 넘길 수 없었다. 그는 이 ‘팔령신’을
타파하는 데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여덟 개의 방울을 만들어 그것을 부수어서 바다에 빠뜨림으로써 이를 없애려 했다. 여덟신 중
일곱을 없애고 나머지 하나를 없애려 하자 요괴가 살려 달라고 싹싹 빈다. 보아하니 눈이 멀었을 뿐 아니라 호호한 백발의 가련한
할미라 이를 살려 주었다. 이 신이 바로 지금의 당고개 서낭이 됐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우탁에 관한 인물전설이 '우탁설화'라고 하는 이름으로 만들어져 전해 오는 것은 그가 얼마나 철저한 유학자로서 미신 타
파에 앞장섰던 인물이었던가를 짐작케 한다. 우탁은 주역의 이치에 능한 사람이다. 주역은 공자 오경중의 하나로 일명 『역경』
이라고도 한다. 약칭으로 그냥 '역'이라고도 한다.
'
역'은 괘를 따져 의미를 서술하는 것이기 때문에 역에 능하면 길흉을 점칠 수 있다. 주역은 동양철학이다. 주역의 이치를 깊이 공
부한 우탁은 역사서에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뛰어난 역학자이다, 또 이를 넘어서 도술까지 부렸다고도 한다. 이에 대한 얘기는 여
기서 생략하기로 한다.
역동 우탁은 「탄로가」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동방이학지조(東方理學之祖)로 숭상 받고 있다. 우탁은 스스로 통달한 학문적 바
탕 위에 천도와 인륜을 밝히고 그 시대 사회적 폐풍을 개혁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당시 고려조의 정치
이념과 생활일반이 정주학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한 현실에서 백성을 유교적 정신에 입각하여 교화하여야 할 입장에 서 있었던
그로서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회구조 자체가 불교라는 큰 틀 안에 토속신앙과 미신이 결합되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리학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해온 안
향이나 성리학적 기반을 정착시키고자한 우탁으로서는 선구자로서의 공통된 어려움이 있었다. 미신을 타파해야겠다는 의지가 담
긴 전설이나 시들이 문헌으로 전해 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고려는 말기에 이르러 인륜의 강상(綱常)이 무너지고 사회질서가 해이하여졌다. 더욱이 충렬왕대에는 원(元)과의 예
속적 관계에서 그 여폐가 우리의 의복에까지 이르자, 역동은 정주의 의리학을 정연(精硏)하여 통달하였던 학문적 바탕을 가지고
천도(天道)와 인륜을 밝히고 사회적 폐풍을 개혁하고자 여러 차례 상소를 올렸다.
『패관사』(稗官史)에 의하면 그 상소문의 대강을 읽을 수 있다. 그 구체적 내용이
"족혼(族婚)을 금하고, 상례(喪禮)를 정하고,
사학(四學)을 설치하며, 주현(主縣)에 학교를 세우는 것" 등이다.
비록 이러한 역동의 상소가 전부 관철되지는 않았지만, 1308년 11월에 양반의 종친들은 외종(外從), 제종(諸從)형제 간의 근친혼
을 금한다는 충선왕의 교지가 반포 .되는 등 이풍(夷風)의 사회적 풍속이 점차 미풍양속으로 변하게 되었다.
높은 학덕과 의리의 실천으로 일관한 역동의 사상은 후대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특히 만년에 머물렀던 선양동은 역동의 삼대덕
(三大德)으로 도학, 예의, 절조 등을 추모하여 후인들이 지삼의(知三宜) 라 불러오는데, 사문(斯文) 창도(倡道)의 큰 공덕을 짐작
할 수 있다.
공민왕 때에 성균관 대사성이었던 목은 이색이 청하여 문희공(文僖公)의 시호가 내려졌으며, 조선조에 들어와 역동의 학문과 덕
행을 지극히 흠모하였던 퇴계 이황이 주창하여 구택 근처에 역동서원(易東書院) 이 퇴계의 문인 조목, 김부필 등이 주관하여 1567
년 가을 사우(祠宇)등을 완성하고, 1570년 8월에 낙성식을 가졌다. 1871년 서원철폐령으로 훼철되었다가 1969년 복역되어 현재
안동대학 구내에 보존되어 있다.
사인암(舍人岩)에는 주역 28괘인 택풍대과(澤風大過)를 인용하여 그 당시 그의 심경의 소회를 친필로 남겨놓았다. 여기서 대과
(大過)란 과식, 과욕, 상하간의 의사불통 상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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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고려사』, 세가 권33, 충선왕 1년조
8)『遺虛碑銘』."里號知三, 自先生也, 道學禮義節操三者是已
9)『퇴계전서(二)』 권12, 「역동서원기.
아래 시조도 널리 알려진 「백발가」이다. 역동의 생애와 함께 감상해 보자.
춘산에 눈 녹인 바람 건듯 불고 간 데 없다.
적은 듯 빌어다가 불리고저 머리위에
귀 밑의 해 묵은 서리를 녹여볼까 하노라.
.
역동은 유학자답게 합리적이고 사변적인 학자로서 당시 불교나 도가(道家)에 비해 사변이 약했던 유학의 학술과 학문적 기본소양
을 갖추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벼슬에서 물러난 뒤에는 안동 예안(禮安)에 은거하면서 후진 교육에 전념했다. 정이(程頤)가
주석한 『주역 周易』의 정전(程傳)을 터득해 문하생들에게 가르침으로써 후학들이 그를 종사(宗師)로 삼았다. 역동은 늙음을 한
탄하리만큼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으로 역학과 정주학에 현달한 유학자로서 후학교육과 학문에 열정을 쏟으며 멋있게 마지막을
장식한 분으로 보인다.
1343년(충혜왕 복위 3년)에 예안에서 81세로 이 세상을 마감했다. 그의 묘소는 안동시 예안면 지삼리에 있다. 예안 역동서원(易東
書院), 안동 구계서원(龜溪書院) 등에 제향 되었다. 시호는 문희(文僖)이다.
우탁의 사적
비
사인암
우탁의 묘(안동시 예안면) 역동재실
이정자의 [한 수의 시조에 역사가 살아있다]에서
**
역동시조문학 신인상 응모작품 접수를 하면서 지원자가 역동 시조는 없기에
역동시조 1-2편 추가하여 재 제출하라고 하면서 본 역동 관련 자료를 올림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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