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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10-17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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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필휘지와 소박한 발견 :오세영 시조 5편/김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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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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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필휘지와 소박한 발견
- 오세영 신작 시조 5편에 대하여
김춘식(동국대 교수)
오세영 시인의 신작 시조 5편은 자연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을 제재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시절가(時節歌)인 시조(時調)의 본래적 성격에 무척 잘 부합한다는 인상을 준다. 이 점은 이 신작 시조들이 현대시조라는 명칭으로 굳이 불리기 이전에 '시조'라는 장르개념에 더 충실하다는 의미도 포함하는 것이다. 형식과 자수, 운율의 구성면에서 전통적인 시조의 형식을 모범적으로 따르는 점, 자연의 변화에 따른 시인의 정서를 간결하면서도 명료하게 표출하고 있는 점 등은 소박하면서도 일상적인 정취를 품격 있는 언어로 엮어내는 시조의 묘미를 오세영 시인이 깊이 체득한 결과라고 여겨진다.
특히, 불교적인 정관을 시조의 형식에 담는 시상 전개가 여러 편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점은 '시조'의 형식을 개인적인 수양과 품격의 완성으로 고양시키고자 하는 시인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점이기도 하다.
현대 시조의 미적 기준은 여러 가지 점에서 간단히 정리되기 어려운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일단 정형시로서의 형식적인 미학에 대한 것, 그리고 시조의 특징적인 정서, 소재가 지닌 미적 측면 등에 대해 세밀한 고찰이 전제가 될 때, 시조에 대한 올바른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이 점에서 오세영 시인의 시조에서 특징적인 국면을 포착하고 그것을 시조의 장르적인 특징과 관련시켜 논의하는 일은 무척 부담스러운 일로 여겨진다. 따라서 이 글이 시조의 고유한 미적 특징을 염두에 두고 쓰는 글은 될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단지, 현대시의 한 부분으로서 시조를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를 통해 오세영 시인의 '시조'를 읽어 나가고자 한다.
시조의 한 특징을 '생활의 시학'이라고 명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오세영 시인의 신작 시조들은 대체로 생활 속의 발견과 정서적 울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통적인 생활세계에서 중요한 환경이 '자연'이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번 신작 시조들의 이런 특징은 전통적인 '생활'과는 물론 다른 차원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의 의미가 전통적인 상황에서 '생활'에 육박하는 것이라면 현대의 자연이 일상에 밀접한 것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미학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이런 시인의 태도는 '생활 속의 여유 혹은 정적'의 발견이라고 불리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나 시적 자아의 깊은 내면성을 토로하기 보다는 '일상의 단상'을 그려내거나 계절의 변화를 통해서 느끼는 감상을 절제된 언어로 그려내는 특징 등은 어떤 의미에서든 '전통적인 생활'의 태도에 가까운 것이라고 여겨진다.
회화적인 풍경을 그려내는 점이나 사람이나 동물 등 동적인 움직임을 가진 대상이 사라진 자리에서 어떤 여백과 여운을 시적 정서로 승화시키는 점 등은 복잡한 '일상적 관계' 밖의 생활을 추구하는 시적 지향의 결과이다. '생활'의 발견이기는 하되, 일상사와는 동떨어진 '여운'의 세계를 평이한 소재를 통해 드러내는 점 등은 시적인 독창성이나 기상(奇想)보다는 '적격'과 '안정성'을 시조에 담으려는 시인의 의식적인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예를 들면, 신작 시조 <봄날>에서 '산기슭 외딴 마을의 텅빈 오두막집 풍경'과 같은 것은 도시적이거나 현대적인 일상일 수는 없지만, '자연' 그 자체 또한 아니다. 이런 풍경은 도시적인 것으로부터 의식적으로 멀어지고자 하는 시적 자아에게 포착되는 정서로서 '현대성'을 겨냥한 자의식의 치열성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평이한 정서와 감회'의 시화이다. 이 점에서 시인의 정서적 지향점은 자연의 인격화를 통한 수양주의에 가깝다고 여겨진다. 자연이나 풍경으로부터 '품격'와 '품위'를 발견하고 그것을 격조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 이번 시조의 숨은 의미는 아닐까.
가부좌(跏趺坐) 오랜 명상 침묵 속의 깨우침이
굳어 있던 얼음장에 쨍 햇살로 드는 순간
초서체(草書體) 일필휘지가 갈겨쓰는 봄 강물
―<해동(解冬)>
겨울 내내 얼어 있던 강물과 그 얼음장 위에 비치는 햇살의 관계를 오랜 명상과 침묵 뒤에 찾아온 돌연한 깨우침으로 그려내고 있는 위의 작품은 갈라지는 얼음 위의 긴 자국을 "초서체 일필휘지"로 표현함으로서 깨우침의 돌연함과 '일필휘지' 초서체의 '무애(无涯)'적 속성, 즉, 거침없음을 실감 있게 보여준다. 긴 침묵의 명상을 마친 봄 강물은 이런 거리낌 없는 '일필휘지'로 얼음장 위에 '선시(禪詩)' 혹은 오도송(悟道頌)을 한편 적어 놓고 있는 것이다.
'쨍 햇살'로 드는 깨우침과 '굳어 있던 얼음장'의 균열은 이 점에서 오랜 명상 뒤에 찾아온 '돈오(頓悟)'를 잘 표현하고 있는 구절이다. 계절의 변화에서 명상과 침묵 그리고 깨우침을 보는 시인의 태도는 이 점에서 관조적이다. 그러나 이 시의 이런 표현이 단순한 메타포에만 그치지 않는 것은 자연의 이런 변화야 말로 '인간의 거울'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에서 '돈오'를 포착한 시인의 시선은 다른 한편으로는 시인 자신에게로 동시에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인이 은연중에 그리고자 하는 '마음의 풍경이기도 하다.
잎에서 말한 수양주의와 결부시킨다면 이 시의 가치는 절묘한 수사와 시적 의미의 포착 이상의 지점에 있는 것으로, 시인의 인격적 수양과 성찰의 동기가 이 시 안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은 오세영 시인이 '현대시'가 아닌 '시조'를 창작하는 의미와 자의식에 대한 다른 한편의 동기를 추측하게 한다.
'현대시'가 독자에 대한 자의식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시적 자기갱신과 새로움을 요구하는 장르라면, 시조는 상대적으로 '자족적이면서도 미적 새로움에 대한 강박관념'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운 측면이 있다. 이런 '자유로움'을 '여유'로 바꾼다면, 형식적인 변신과 새로움의 추구라는 강박관념을 벗고 '시조'라는 '정형적 틀'에 자신의 정서를 불어 넣는 일은 '긴장'을 푸는 일이기도 하다. 정형적인 틀에 절제된 언어를 사용하여 시상을 불어 넣는 일 또한 고도의 긴장을 요구하는 것이지만, 상대적으로 자신만의 형식과 스타일을 만들어 내야 하는 자유시의 '개성'에 대한 강박, 자신만의 시적 세계와 언어를 구축해야하는 전문가로서의 자의식 등에 비추어 본다면, 시조의 '정형성'과 '절제'는 이미 주어진 형식으로서 언어보다는 '시상'에 보다 시인을 집중하도록 유도한다.
이 점에서 역설적으로 '정형성'이 정해진 규범이 없는 상태에서 '미적 완결성'을 창출해야하는 '자유시' 창작의 경우보다 더 여유롭고 긴장을 이완시키는 요소가 있다고 볼 수는 없을까.
오세영 시인의 이번 신작 시조에서 '생활의 발견'을 느낀다는 점은 이런 차원에서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시인으로서의 형식에 대한 과도한 자의식(자유시를 창작하는 현대시인은 어떤 점에서는 독창적인 형식에 대해 과도한 자의식을 지닌 자들이기도 하다)을 어느 정도 벗어 버리고, 평이함의 차원 혹은 여유와 일상의 차원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과정에서 얻은 단상이 이번 시조에는 잘 나타나 있다고 여겨진다. 즉, 생활의 차원이란, 현대적 예술가의 자의식에 대한 '거리두기'를 의미하며, 동시에 인공 혹은 인위적인 제작에서 오는 긴장에 대한 '해방'이라고 할 수 있다.
사립문 열어둔 채 주인은 어디 갔나
산기슭 외딴 마을 텅 빈 오두막집
널어 논 흰 빨래들만 봄 햇살을 즐긴다.
추위 물러가자 주인은 마실 가고
한 그루 벚나무만 덩그란히 꽃 폈는데
뒷산의 뻐꾹새 울음 마당 가득 쌓인다
―<봄날>
개성과 자의식에 대한 강박이 떠난 자리에 남는 것은 '여유'이고 '생활' 또는 '평이한 일상'의 '정적'이다. '침묵' 혹은 '정적'을 관조하는 시선에서 '긴장된 욕망'이 사라지고 나면 일상의 '단조로운 권태'와 '햇살', '흰 빨래', '뻐꾹새 울음' 같은 가장 흔한 것이면서 동시에 감각 속에 쉽게 자각되지 않던 존재들이 포착된다. 자신만의 독창성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세속적이고 일상적인 욕망은 이 점에서는 서로 닮은 꼴이라고 할 수 있다. '자아'에 대한 과잉된 집착, 욕망이 걷히고 나면, 평범한 일상의 무의미와 권태가 제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굳이 "산기슭 외딴 마을"이라는 배경이 아니더라도 복잡한 일상사가 아니라 매 해마다 반복되는 계절의 변화 속에서 '햇살과 나무'를 벗으로 삼는 것은 '일상적이면서 비일상적이다'.
현대의 일상이란 복잡한 관계와 욕망이 들끓는 상징적 '장소'이다. 이 점에 비추어 보면 이런 '생활'은 현대적 '일상'이라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점이 이 시조를 '비일상의 일상' 속에 자리매김하게 하는 이유가 된다. 분명, 생활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현대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일상'의 영역에 있는 이런 여유 혹은 관조의 세계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한가롭고 권태로운 정신의 '산보'라는 점에서 이런 시적 사유는 '비일상'이며 동시에 '생활'의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복잡함이 없고 번뇌가 사라진 자리에 동그마니 남은 '권태와 여백', 그런 차원에서 '생활'을 다시 바라본다면 이런 모습이 될까.
태양 독재 저항해서 군중집회 벌린 걸까.
한동안 드리웠던 먹구름이 걷힌 하늘
그믐밤 운집한 별들로 만세소리 요란하다.
―<은하(銀河)>
앞에서 말했던 '소박함'이라는 표현을 다시 한 번 떠올리고 인용한 시조에서 그 이유를 생각해 보기로 하자.
'소박함'이란 어떤 점에서는 '발견의 직접성' 혹은 '감각적 직정성'에 그대로 통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감탄'이란 바로 이 소박한 심정의 가장 전형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도시의 휘황한 불빛과 낮의 세계에 몰입된 현대적 일상에서 사라져 버린 존재나 다름없던 은하의 발견, 그 순간에 다가온 '감탄', 그것이 바로 이 시조의 소재이다. 이런 소박함은 '복잡한 자의식이나 정서'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군중집회'라도 벌린 듯이 하늘의 별들이 운집한 모습에서 '만세소리'를 듣는 시인의 모습은 이 순간 '천진난만'하기 그지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천진함이 바로 이 시조를 읽는 묘미이고 재미가 된다.
별들이 모여 반짝 거리며 만세를 부르고 있는 장면, 그 장면에 대한 감탄은 소박한 정서이면서 동시에 여타의 방해물에 의해 차단되지 않은 순박함을 지니고 있다.
이 점은 시인의 다른 작품 <장도(壯途)>에도 잘 나타난다.
어젯 밤 내린 폭우 무슨 갈 길 그리 바빠
산사태 일으켜서 천년노송 쓸어갔나
강물도 굽이돌아야만 먼 대양에 닿는 것을
―<장도(壯途)>
이 시조의 주된 정서는 '안타까움'이다. '폭우'의 거침없음이 '조급함'으로 표현되고 그 '조급함' 때문에 '천년노송'이 쓸려가 버렸다. 긴 장도(壯途)를 생각하면 이런 '조급함','거침없음'은 어리석은 '폭력'에 불과한 것이기도 하다. 이 시조에는 '천년노송'과 느닷없는 '폭우'라는 대립적인 사물이 등장한다. '천년노송'이 전통 혹은 '느림', '여유'의 상징물이라면 '폭우'는 가속도, 근대성, 순간성 등을 암시한다. 또,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산사태가 '재앙'이라고 한다면 그 재앙의 희생자는 '천년노송'이다. 천년이나 살아온 노송도 하룻밤의 산사태로 쓸려 가버리는 현실, 그것이 오늘의 삶의 축도이다.
이 점에서 이 시조는 단순히 자연의 힘과 천년노송의 관계를 노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알레고리를 포함하고 있는 작품이다. 오세영 시인의 시조에 나타난 이런 '느림'의 사유는 '소박함', '권태', '여유', '여백', '직정적인 감탄'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시인이 '시조'의 '전통성'을 현대적인 삶에 대한 비판적 '위치'에 자리매김하는 한 요건이다.
울타리를 타고 올라 시들은 저 나팔꽃
온종일 귀를 열고 무슨 소식 기다렸나
영(嶺) 너머 초록별 하나 돋아나는 인기척
―<저물녘>
'느림', '여유', '소박함', '여백', '권태', '직정적인 감탄'과 함께 오세영 시인의 시조에 나타난 또 하나의 중요한 정서 혹은 자세는, '인내', 즉 '기다림'이다. 시조 <해동>에서 긴 인내와 명상의 시간 뒤에 '쨍 하는 햇빛'이 있고, 일필휘지 초서체로 쓴 '해빙의 순간'이 있었듯이, '견인'의 시간 뒤에 반드시 어떤 보람과 환희가 있다는 것은, 수양의 참된 의미이기도 하다.
인용한 시조에서 나팔꽃이 온종일 귀 열고 기다린 소식은 '초록별' 하난 돋아나는 인기척이다. 작고 사소한 기다림 뒤에 '아름다움'이 있다. 이렇듯 어떤 대상에 대한 절실함이 모든 사물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생각은 때로는 먼 시간을 관통해서 지켜야 할 도리(<장도(壯途)>)가 되기도 하고, 권태로운 시간 뒤에 숨어 있는 참된 의미가 되기도 하며, 또 아무 거리낌 없는 직정적인 감탄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간절함'과 '소박함'이 서로 내통하는 것도 이런 까닭 때문이다.
'소박함'과 '간절함'에 대한 시인의 자각은 이 점에서 오세영 시인이 시조를 쓰는 이유이자, 그의 연륜에 대한 의식을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시인에게 '연륜'은 '보이지 않던' 무엇인가를 이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심정의 출발점이다. '소박함'과 '간절함', 그리고 '사물의 의미' '아름다움' 등 시인이 새롭게 볼 수 있게 된 많은 것과 시인의 '시조 창작'은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여겨진다.
시인의 작 <이순(耳順)>에는 이런 생각이 비교적 잘 나타나 있다.
안 보이던 사물들이 이제는 다 보인다.
잡초에 가려 있던 들꽃의 아름다움
노년에 눈 어둡다는 말 아무래도 헛말이다
안 들리던 소리들이 이제는 다 들린다.
꽃이 피고 지는 소리, 별이 웃고 우는 소리
노년에 귀 어둡다는 말 아무래도 헛말이다.
―<이순(耳順)>,
"안보이던 사물들이 이제는 다 보인다"라는 생각, 그리고 "노년에 눈 어둡다, 귀 어둡다"라는 통설에 대한 부정은, '심안(心眼)'에 대한 시인의 생각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안 보이던 사물들', '안 들리던 소리들', 그것들이 시인에게 감지되기 시작할 때, 시인은 더 이상 자기만의 형식이나 기교를 요구하지 않게 되는 걸까.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쓴다는 것, 이것이 '소박한 진정성'의 가장 큰 '미학적 원칙'이라는 점에서, 오세영 시인에게 시조는 '기교'나 형식이 아닌 '소박함'과 '진정성'을 담는 그릇이 아닐까. "이순(耳順))"이란 귀가 순해진다는 뜻이면서 또 모든 것이 '순리'에 맞게 귀에 들리고 받아들여져서 마음이 '하늘의 이치'에 따르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즉, 하늘의 이치를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순은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말하고 쓰는 '거리낌'이 없는 경지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시적 자의식이 시적 형식을 통해 '사물을 바로 보려는 열망'과 '보이는 대로 보지 않으려는' 부정정신에서 파생된 것이라면, 오세영 시인에게 이런 의미의 '시적 자의식'은 이 단계에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 된다.
오세영 시인의 '시조 창작'은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시인의 현대적인 자의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시창작' 혹은 '미학'을 추구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시인의 시조 창작 동기가 무엇인가에 대해 확실한 단안을 내릴 수는 없지만, 그의 시조 창작이 분명 '현대시 창작'과는 다른 생각에서 나타난 행위라는 점은 분명한 듯하다. 그리고 이런 차이는 '소박함', '진정성', '사물에 대한 직정성' 이나 '직접성'의 추구에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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