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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6-05-06 00:17
단추 한 개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3,003  
웅이는 나이가 열세 살입니다. 한창 학교에 다닐 나이지만 실제는 구두닦이를 하며 살고 있습니다.
오늘 웅이는 외출을 한 후 돌아왔습니다. 비좁은 가게 안으로 들어가 솔과 헝겊으로 먼지 묻은 구두를 털었습니다.
웅이가 외출 보고도 없이 그저 솔질만 하고 있자 아저씨가 툭 쳤습니다.
“웅이야, 왜 그래? 너를 양자로 데려간다는 사람이 그렇게도 없냐? 짜식!”
“…….”
웅이는 돌아보지도 않았습니다.
“걱정 마라. 너같이 착하고 성실한 애는 하늘이 도와주신다. 네 부모도 만나고 네 동생도 만나게 될 거야. 정말 너는 행복하게 살아야 돼.”
웅이는 또 다른 구두를 집어 들고 흙을 털었습니다. 사실 웅이는 아저씨의 말을 듣고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방금 전에 만나고 온 동생 진이를 생각하며 혼자 배시시 웃었습니다.
진이!
웅이는 동생 진이와 함께 고아원에서 5년간을 살았습니다. 먹고 자는 일이야 걱정 없었지만 철없는 진이는 늘 울며 보챘습니다. 그럴 때마다 웅이는 동생을 껴안고 다독여야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고아원 문이 활짝 열리며 까만 승용차가 들어섰습니다. 고아원 아이들은 제각기 뛰어나가 자기 엄마 아빠가 왔다고 떠들었습니다.
원장 선생님이 얼른 뛰어가 조용히 하라고 야단을 쳤지만 여기저기서 ‘엄마!’ 소리가 나왔습니다.
승용차에서 내린 그 선글라스 낀 아주머니가 아이들을 죽 둘러볼 땐 웅이도 긴장했습니다. 동생 진이의 손을 꽉 잡고 원장실 주위를 오래도록 서성거렸습니다.
그 선글라스 낀 아주머니는 며칠 후 다시 나타났습니다. 어떻게 결정을 했는지 모르지만, 진이를 데려가겠다고 했습니다.
웅이는 진이에게 말했습니다. 넌 그 집으로 가서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고. 정말 행복하게 살라고.
웅이는 마음 속 깊이 울었습니다. 떠나가는 승용차를 향해 힘껏 뛰어갔습니다.
“진이야! 이 거.”
짧은 순간이라 이렇다하게 생각할 틈이 없었습니다. 웅이는 얼른 제 교복의 단추 하나를 뜯어 진이의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잠깐 동안이나마 승용차에 탄 진이의 손을 뜨겁게 잡았습니다.
그로부터 세월은 참 가슴 아프게 흘렀습니다. 그러던 중 웅이는 한 주택가 도로에서 진이를 발견했습니다. 우연이었지만, 웅이가 고아원에서 뛰쳐나온 후 구두닦이 아저씨를 만나 일을 하면서 틈틈이 진이의 행방을 찾아다녔던 것입니다.
“진이야!”
“형…….”
웅이는 진이를 껴안고 흐느꼈습니다. 곰곰 생각해보니, 고아원에서 헤어진 지 4년만이었습니다.
웅이는 진이를 아래위로 훑어보았습니다. 깨끗이 세수한 얼굴에 값비싼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맛있는 과자를 손에 들고 있었습니다.
“형아, 보고 싶었어.”
“그래. 나도 진이가 너무 보고 싶었어.”
“으응. 난 형이 보고 싶으면 이 단추를 꺼내 보거든."
진이가 단추를 꺼냈습니다.
웅이는 진이가 고마웠습니다. 행복하게 살면서 하나밖에 없는 형마저 잊고 사나 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가끔씩 단추를 꺼내보며 형을 생각한다니!
웅이는 진이에게 한 달에 두 번씩은 꼭 만나자고 했습니다.
“잊지 마. 첫째 일요일과 셋째 일요일엔 저기 극장 앞으로 나와. 한 달에 두 번씩 우리 몰래 만나는 거야.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알았어.”
그 동안 구두닦이 일을 하며 우울하게 지내던 웅이는 행복함에 젖었습니다. 더 이상 외롭지 않았고 늘 동생을 떠올리며 혼자 배시시 웃곤 했습니다.
셋째 일요일이 되었습니다. 웅이는 약속 장소인 극장 앞으로 갔고 다시 진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웅이는 진이를 식당으로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형아, 이 단추! 히히히…….”
“그래. 내 단추지.”
웅이는 진이를 보며 싱긋 웃어주고는 그 표정을 살폈습니다. 그런데 진이의 얼굴에서 눈물 자국이 보였습니다.
“진이야! 울었었니?”
“…….”
“말해봐.”
“으응. 울었어.”
웅이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행복하게 살아야 할 진이인데, 울었다니!
“너 왜 울었어?”
“엄마가 보고 싶다고 했더니, 그 아줌마가 마구 화를 내잖아.”
“뭐?”
순간 웅이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습니다. 숟가락을 놓고 일어섰습니다.
“자식아, 아줌마가 뭐야! 그 분이 네 엄마란 말이야!”
“에이, 우리 엄마하고 아빠는 이혼했다며? 그래서 우리하고도 헤어진 거라며?”
“!”
웅이는 진이를 일어나게 하고는 두 어깨를 꽉 쥐었습니다.
“너 마, 내 말 똑똑히 들어! 그 땐 내가 거짓말한 거야!”
“형은 거짓말 모르잖아.”
“자식아, 분명한 사실이야. 엄마 아빠는 죽었어. 내가 산에 가서 땅에 묻었단 말이야!”
“말도 안돼. 이혼했다며? 어딘가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며?”
“이 자식이, 정말!”
“형아!”
웅이는 화를 탐지 못해 진이의 뺨을 때렸습니다.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웅이는 쓰러져 버린 진이를 두고 무정하게 그 식당을 빠져나갔습니다.
그로부터 다음 달 첫째 일요일, 극장 앞에는 진이만 나왔습니다. 형을 기다리면 단추 하나를 만지작거리던 진이는 그냥 쓸쓸히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난 어느 오밤중, 진이네 이층집 창문이 남몰래 열렸습니다. 어둠 속에서 눈만 반짝이던 도둑은 그 창문을 넘어 들어갔습니다.
이윽고 도둑은 무엇인가를 챙겨들고 창문을 빠져나왔습니다.
뒤좇아 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만, 도둑은 혼자 오래도록 도망을 쳤습니다.
“넌 행복하게 살아야 돼! 정말이야!”
도둑은 울먹였습니다. 그리고는 중랑천 언덕으로 올라가 도둑질해 온 물건을 힘껏 던졌습니다.
형이 보고 싶으면 살며시 꺼내 본다던 진이의 그 단추 한 개가 어둠 속에서 반짝이며 사라졌습니다.

/// 김문기 창작동화

如心이인자 06-05-06 08:59
 
단추 하나에 얽혀있는 슬프고도 감동적인 동화 잘 읽었습니다.
김문기 선생님! 좋은  작품을 자주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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