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조문학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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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04-24 09:26
한 문인(文人)의 명예회복
 글쓴이 : 김교한
조회 : 2,939  
<권두컬럼>
◈ 한 문인(文人)의 명예회복 ◈
김 교 한(시조시인)

남의 인격을 깍아내리는 근거 없는 말들은 믿지 않아야 하지만 여러번 듣다가 보면 적어도 의심만은 가지게 된다. 말은 칭찬의 효험보다는 진실여부와 관계없이 상처를 주는 데는 한몫을 하고 있다.

신라의 향가에 서동요(薯童謠)가 있어 우리에게 하나의 교훈이 되고 있다. 백제의 서동이 신라 서울에 잠입하여 의도적으로 퍼뜨린 유언(流言)에 대하여 신라 조정이 믿어버린 어리석음을 엿볼 수 있는 전래 작품이지만 이런 이야기가 신라에만 있으리란 법은 없는 것이다. 누구나 한 평생 티 없이 살기란 어려운 일이겠지만 일제 강점기를 살아온 사람에게는 근거도 없는 친일의 오명을 붙이려 한다면 일단은 그렇게 몰릴 수도 있겠지만 이것을 바로 잡아 주려는 시민정신도 있어야 한다.

어느 자치단체에서 그 지역 출신의 유명 문인(文人)의 업적을 재조명하고 문화적 공간을 확충하기 위하여 문인의 이름을 붙인 문학관건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곤란한 일이 생겼다. 일부 시민에 의해 해방 전후의 행적, 특히 국민정서에 민감한 친일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앞에서 예를 든 문인은 바로 이십년전 고인이되신 노산 이은상선생님이시다. 선생님이 일제말기에 백운산 밑에 은거한 사실이 묻혀 있었고, 특히 조선어학회사건 관련으로 구금되었다가 1943년 9월에 함흥교도소에서 기소유예로 석방된 이후 해방 때까지의 기간을 그저 막연히 친일했을것이라고 한 데서 친일설이 발단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두사람의 추측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실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선생님은 백운산 밑에 은거중 다시 광양경찰서에 구금되어 옥중에서 해방을 맞이한 항일작가요 애국자였다. 최근 여러차례의 백운산(광양)답사에서 구체적인 자료와 증인에 의해 밝혀진 진실이다.

선생님의 은거지 답사기를 이미 계간 <시조문학>에 필자가 발표한바 있으며 이것을 자료로 지난 7월에는 연합뉴스 외에 6개 중앙 일간지에서 '이은상 시인의 일제말 광양 은거지 공개'라는 제목으로 일제히 보도한 바 있어 진실은 죽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장자의 우언(寓言)편에 눈여겨 볼 대목이 있다. 「아버지가 그 아들을 위해서 중매서지 않는 것은 아버지로서 그 아들을 칭찬하는 것이 아버지 아닌 사람이 하는 것보다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우언(寓言)은 다른 사물을 빌어서 이야기 하는 것으로 말에 의한 사회환경의 오염은 갈수록 더하고 있는 이 시대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신중한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남에게 폐를 끼치게 될 말은 확실한 근거없이 함부로 퍼뜨리지 않는 교양이 아쉽다. 지역 연고 유명문인의 업적을 재조명하는 사업 추진과정에서 발생한 사례를 들어보았다. 항일이 친일로 잘못 평가되는 혼미(昏迷)를 겪었다. 한국문단사에 거목으로 우뚝한 선생님은 항일, 애국자였음이 재확인 되었지마는 훼손된 명예를 제자리에 올려놓은 일은 후진들의 몫이 아니겠는가.

-시조문학 2002.겨울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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